[대전/충남]누명벗은 박용운씨 "강압수사가 '폐인' 만들어"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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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을 ‘폐인’으로 만드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2001년 4월 이른바 ‘대전지역 오락실 뇌물사건’으로 구속된 지 30개월 만인 23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은 박용운(朴龍雲·51) 전 충북 옥천경찰서장은 27일 전화 통화에서 “이같은 일(억울한 누명)은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서장의 지난 30개월은 한 편의 ‘역전 드라마’였다.

그는 2001년 4월 옥천경찰서장 집무실에서 대전지검 특수부에 연행된 뒤 충남지방경찰청 방범과장으로 재직하던 99년 대전시내 오락실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줬다는 혐의(뇌물수수)로 구속돼 같은 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언론은 검찰의 영장에 의존해 이 사건을 보도했다. ‘비리 총경’으로 낙인찍힌 박 전 서장은 누명을 벗기 위해 검찰 수사과정에서 겪었던 회유와 협박, 피의자 신문조서의 허위작성 사실 등에 대한 증거와 기록을 수집하는데 전력했다.

이 과정에 그는 병을 얻었고 가족들도 주의의 따가운 시선에 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는 검찰에서 뇌물 전달자로 지목한 전직 경찰관 구모 경사(34)가 담당 검사로부터 녹취한 결정적인 발언(박 서장에게 뇌물을 준 게 아니고 박 서장 부인으로부터 꾼 돈을 되돌려준 것은 나도 인정한다)을 대법원에서 제시, 2002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원심파기 환송 결정을 받아냈다.

대전고법으로 되돌려진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은 무죄. 박 전 서장은 검찰의 상고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아 30개월만에 누명을 벗었다.

박 전 서장은 “당시 허위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강압수사를 한 수사 검사를 좌시할 수 없다”면서 “수사 검사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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