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김창원/대리운전 강남주부 "괴외비 대려…"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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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 술자리가 파하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호출을 받고 오신 대리기사는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여자분 이었습니다.

‘자정을 넘긴 야심한 밤에 중년여성이 왜 대리운전을 하는 것일까?’

궁금함을 참지 못해 여쭤봤습니다.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중3, 고2 자녀 둘을 두고 있다는 그 분은 자녀 과외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분의 남편은 은행 간부, 집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38평형 아파트라는 사실이었지요.

그분 말씀에 따르면 두 자녀가 한 달 교육비만 300만원을 넘어 야밤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가정주부들만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과외비 충당을 위해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말로만 듣던 강남의 ‘교육 열기’를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투기적 수요’가 강남 집값 폭등의 주범이라는 일부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녀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야밤 아르바이트도 마다 않는 강남의 어머니들.

정부가 지금까지 숱한 부동산 안정대책을 쏟아냈지만 강남 집값은 요지부동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정책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높여 강남의 투기 수요를 잠재운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이는 강남 집값 폭등세를 투기꾼 탓으로만 보고 만든 것들입니다. 현실진단이 엉뚱하니 정책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공무원들은 눈 뜬 장님인가요?

강남 이외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온 국민의 ‘강남 해바라기’는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이번 주말에도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떤 정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교육환경에서의 강남의 우위가 분산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김창원 경제부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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