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툭하면 특검이고, 의혹이냐" 불만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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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비리에 대해 특검과 국정검사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야당의 엄포가 연일 계속되자 검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4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검찰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통해서라도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도 다음날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이 진상을 고백하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검찰의 축소. 왜곡 수사 시에는 특검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두 대표는 이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과 만나 "노 대통령이 최씨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히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되자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를 시작할 때는 검찰이 수사기관으로서 제대로 가고 있다고 하더니 정치판이 (비자금 수사에) 휘말리니까 우리가 고생하는 것은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한다는 등 칭찬 하더니 요즘은 툭하면 특검이고 툭하면 의혹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 부장의 이 말 속에는 8일 "지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 실세는 대검 안대희 중수부장이다. 지금까지는 검찰을 신뢰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한 최 대표에 대한 서운함도 베여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도 "자신들에게 칼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특검을 원하지도 않으면서 정치공세의 도구로 특검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우리 입으로 야당의 특검 도입주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정치권의 특검 주장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김근태(金槿泰) 통합신당 원내 대표는 16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며칠 전에 당 대표가 '대검 중수부장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의 실세'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런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특검과 국정조사를 거론하는 것은 무슨 영문입니까? 아무 이유도 없이 별안간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며 검찰의 입장을 두둔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홍사덕(洪思德) 정균환(鄭均桓)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 등 3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6인 회동을 갖고 "노 대통령이 최씨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히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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