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부산모터쇼 찬물끼얹는 산자부

  • 입력 2003년 10월 14일 2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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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막을 내린 제2회 부산국제모터쇼는 국내 모터쇼 사상 처음으로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변변한 볼거리가 없던 지방 주민들이 수준 높은 행사에 얼마나 목말라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모터쇼가 관람객 목표치를 상향 달성한 데다 세계 5대 모터쇼 관람객 수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되고 있지만 행사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산업자원부가 제3회 부산모터쇼가 열릴 예정인 2005년에 서울모터쇼를 개최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산모터쇼는 홀수 해, 서울모터쇼는 짝수 해에 개최돼 왔지만 경기 고양시의 대규모 전시장인 킨텍스(KINTEX) 완공에 맞춰 서울모터쇼의 일정을 2005년 4월로 결정한 것. 더구나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부산모터쇼가 한창 진행 중이던 9일 부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해 부산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2005년 부산모터쇼 개최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이며 어쩔 수 없이 2006년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다.

홀수 해마다 부산모터쇼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 외국 바이어들에게 일일이 이 같은 사정을 설명 해줘야 하는 데다 3년이나 공백이 생겨 행사준비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서울모터쇼의 행사일정을 부산모터쇼와 겹치는 해에 결정하고 전격 발표를 할 수 있느냐”며 “정부에서는 지방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킨텍스의 완공일자는 이미 알려져 있었는데도 산자부와 자동차공업협회가 부산모터쇼측과 전혀 상의가 없었던 것을 보면 105만명이나 찾은 부산모터쇼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행사 관계자들은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도 알게 모르게 산자부에서 홀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세계 최고의 모터쇼로 꼽히는 미국의 북미모터쇼는 뉴욕도 워싱턴도 아닌 전통적인 자동차공업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열린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절반을 담당하는 부산 울산 경남 3개 시도가 제2의 북미모터쇼를 꿈꾸며 피 땀 흘려 부산모터쇼를 키워온 만큼 산자부는 이들 3개시도가 ‘지방의 좌절’을 맛보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줘야 할 것이다.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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