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김병일/'서귀포 연산호' 보전대책 시급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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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이 더 아름다운 제주 서귀포 바다. 그중에서도 서귀포 해안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무인도 문섬은 물 위로 드러난 단아한 모습은 물론이고, 물속으로 들어가 발견할 수 있는 풍광이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

치마를 두른 듯 섬의 허리를 둘러친 해조류 숲을 지나 물속으로 내려가면 연산호(軟珊瑚) 밭이 넓게 펼쳐지고 다양한 동식물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수심 5m에서부터 60m까지 골고루 펼쳐진 연산호와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문섬 만의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다맨드라미의 밀집 정도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국내외 해양학자들은 연산호 군락과 더불어 감태 숲을 보고 우리 바다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스쿠버다이버들은 물론이고 해양 생물을 전공하는 학자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바다 속에서 삶을 건져 올리는 해녀들, 잠수함을 타고 수중 비경을 체험하는 관광객들로 문섬은 연중 붐비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서귀포 연산호 군락보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산호도 보호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쪽으로만 가고 있다.

제주지방해양수산청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300억원을 투자하는 서귀포 외항개발계획에 따라 동방파제(670m)를 완공한 데 이어 기존 240m의 남방파제를 370m로 연장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남방파제 공사지역은 연산호 군락이 자생하고 환경부 지정 보호생물(산호류) 15종 가운데 13종이 서식하는 등 보호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얼마 전 공사가 예정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봤다. 연산호인 가시수지맨드라미와 분홍맨드라미, 2m가 넘는 해송(무낭으로 불리는 각산호류)이 조류에 끌려 이리저리 춤추고 가시산호와 돌산호가 암반에 터줏대감처럼 보금자리를 틀었다. 연산호 사이사이에는 수많은 해면생물이 자리 잡아 마치 ‘꽃동산’에 온 느낌을 줬다.

남방파제 공사가 진행된다면 주변 물속에서 살아가는 연산호를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 방파제가 서귀포 앞바다에 흐르는 물의 방향을 막거나 교란시켜 문섬 주변 수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류가 강하게 흐르면 짜임새 있게 돌아가던 수중 생태계의 평화가 깨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 아닌가. 이미 연장 축조가 끝난 서귀포항 동방파제로 인해 수중 동물들의 짝짓기 등 생식 행동에 변화가 오고 있다.

수만 년 동안 고요하던 문섬 바다 속이 대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어쩌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바다 환경이 망가진다면 서귀포의 매력도 줄어들고 사람들의 발길도 차츰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세계 각 나라들은 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하려 혈안이 돼 있는 마당에 우리는 그나마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하고 바다 황폐화에 앞장서는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서귀포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 등을 잘 보전해 후손에 물려줄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부여돼 있다.

김병일 태평양다이빙스쿨 대표·수중사진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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