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강남 아파트]<下>정책문제점과 해법

  • 입력 2003년 10월 8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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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재무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는 거꾸로다. ‘정부정책을 거슬러야 돈을 번다’는 인식이 역병처럼 도지고 있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8월 26일), 재건축 대책(9월 5일) 등 강도 높은 대책이 잇따른 올해 3·4분기(7∼9월)에 강남과 강북, 재건축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사이의 가격상승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정책이 엉망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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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자 ‘강남 아파트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강남 명품론’도 슬금슬금 고개를 든다. 일종의 포기론이다. 하지만 이는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회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책이 잘못됐을 뿐 투기는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강남부동산에 거품이 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 손경환 연구위원은 “최근 강남아파트 구매자의 70%가량이 지방거주자라는 중개업자 증언이 많다”고 말했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거래를 억제하는 초단기 대책이 주택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비(非)시장적 접근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토균형개발의 관점에서 종합적인 장기 대계(大計)를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정책의 철학이 일관돼야=지금까지 주택정책은 정권과 국면에 따라 ‘활성화 조치’와 ‘안정 대책’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인기에 영합한 대책이 문제를 낳고 문제가 다시 대책을 불러내는 식의 땜질처방에 그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정대책은 수급조절이 아니라 대개 분양권 전매 금지 등 행정적 완력 행사였다. 그러다 보니 단기효과밖에 없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대증요법을 반복하는 것은 투기꾼들에게 내성을 길러주고 정책 효과가 정부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나게 하는 자충수”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제학과 나성린 교수는 “주택건설업에는 경기조절 수단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너무 편의적으로 풀었다 조였다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김대중 정부 때의 양도소득세 감면, 분양권 전매 허용 조치 등을 들었다.

▽시장에서 먹히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부동산문제 전반에서는 400조원의 부동(浮動)자금과 저금리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강남은 교육문제가 핵심이다. 중상류층 커뮤니티, 교통, 문화여건 등을 갖춘 대체주거지를 아무리 만들어도 교육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강남 문제는 대학 입시제도를 바꿔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주식 채권 등 대체 자산 쪽으로 부동자금의 물꼬를 트는 정책 수단으로 투신권 구조조정, 비실명 국채 발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세금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힘들다. 공급자시장에서 양도세는 구매자에게 전가돼 집값 상승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강남에 대해서만 무거운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도 곤란하다. 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은 “세금만으로는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없으며 소득재분배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전국을 보라=강남아파트가 비싸다고 부동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강남 문제는 우격다짐식의 수요억제에서 벗어나 강남과 비(非)강남 지역이 윈-윈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 뺨치게 살기 좋은 주거공간을 조성해 강남 수요를 전환시키라는 것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 교수는 “신도시 개발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카드로 써먹지 말고 신도시 하나하나를 강남과 비교해 부럽지 않게끔 조성해 해당 지역 주민도 만족하고 강남 수요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강북 재개발도 여기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그는 “지방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만큼 10년 앞을 내다보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쾌적한 주거 공간 개발로 주택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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