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숙 교수 “음악은 한판 놀이… 고급-저급 구별없어”

  • 입력 2003년 9월 18일 18시 08분


특강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진행 중인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그는 “음악의 뿌리는 삶이며 음악은 그 뿌리에서 핀 꽃”이라고 강조했다. -전영한기자
특강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진행 중인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그는 “음악의 뿌리는 삶이며 음악은 그 뿌리에서 핀 꽃”이라고 강조했다. -전영한기자
“잘 치고 잘 켜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음악이 사회 속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가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요. 음악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현상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총장을 지낸 이강숙 석좌교수(67)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한 강의실에서 ‘잃어버린 음악을 찾아서’를 주제로 일반인 대상의 연속 공개강좌를 시작했다.

‘한국 음악학의 기둥’으로 불리는 이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던 80년대에 ‘열린 음악의 세계’론을 펼치며 음악과 사회의 소통을 주장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명강의로 소문났던 그의 강의는 음대 외에 인문대와 경영대 등 다른 학부의 학생들에게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평상복 차림으로 강단에 오른 그는 ‘음악이란 변하지 않는 요인과 변하는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명제에 따라 차근차근 얘기를 풀어갔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유머를 섞어가며 설명하던 그는 간간이 피아노 연주와 국악곡 ‘편락’ 창(唱)까지 곁들이며 청중을 휘어잡았다.

“음악은 한판의 놀이이며 그 뿌리는 삶입니다. 그럴진대 고급하다 저급하다의 구별은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결국 음악은 마지막에 하나의 지점으로 모입니다. 감동을 주는 순간이 그것입니다. 우리의 넋을 무한히 빼앗는 그 지점에서 모든 음악은 하나로 묶이는 것입니다.”

강의가 끝난 뒤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준비는 나름대로 많이 했는데 제대로 풀어냈는지 모르겠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총장 퇴임 직전인 2001년 소설가로 데뷔한 그는 최근 첫 장편소설을 탈고했다. “한 아이가 난관을 극복하고 훌륭한 예술가로 대성하는 내용을 그렸습니다. 콩쿠르라는 제도가 가진 합리성과 비합리성, 기초적 기술만 중시하는 음악교육계, 학부모들의 열성과 극성 등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이날 이 교수는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한 데 이어 10월 15일 ‘연주란 무엇인가’, 11월 5일 ‘작곡이란 무엇인가’, 12월 10일 ‘음악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한다. 강의시간은 오후 3시. 02-520-8171, 2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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