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거제 단전 장기화 놓고 책임공방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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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로 인해 경남 거제시 전역에 단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전 측이 주민과 환경단체의 철탑 공사 반대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리자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전은 14일 “계룡산 환경훼손을 이유로 공사에 반대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압력이 없었다면 거제시민들은 지금 같이 단전이 장기화되는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룡산 송전 철탑 설치반대 및 거제 변전소 이전을 위한 범시민 연대협의회’ 등의 철탑 공사 저지에 따라 추가 송전 선로 건설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한전은 거제지역의 전기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2001년부터 15만4000V 1개 선로만 있는 삼천포 화력발전소∼거제변전소 구간에 같은 규모의 선로 신설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계룡산 철탑이 산림을 망가뜨린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6월 11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이에 대해 거제 환경운동연합과 범시민 연대협의회는 15일 “계룡산 송전 철탑 반대 운동과 이번 송전 철탑 붕괴사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협의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대책회의를 열고 한전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거제환경운동연합 윤미숙 사무국장은 “철탑 붕괴는 태풍이 강했던 탓도 있겠지만 시공 상의 문제나 철탑 노후화 문제를 먼저 따져야 한다”며 “다른 곳과 달리 거제지역의 전력 복구가 더딘 이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진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전 창원전력관리처 관계자는 “당초 올 4월 완공 예정이었던 거제 송전선로 건설공사가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1년 이상 늦어지게 됐다”며 “만약 대체 송전선로가 있었다면 전력공급 중단 사태가 이처럼 길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오후 9시경 통영시 용남면사무소 뒷산의 송전 철탑 2기가 강풍으로 무너지면서 거제 전역의 전기 공급이 전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거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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