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의 고민 "난파선 위에 떠있는 기분"

  • 입력 2003년 9월 9일 15시 00분


코멘트
"난파선 위에 서 있는 심정이야."

분당이 현실화되고 있는 민주당의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요즘 주변 인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정치적으로는 신당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정서적으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심경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9일 "매일같이 만나서 '같이 가자'고 손을 내미는 김원기(金元基) 고문을 비롯해 주류측 인사 대부분이 이미 신당행 선박에 몸을 실었지만 정작 정 대표가 어려울 때 마음으로 같이 울어줄 사람들은 '민주당호'에 남은 비주류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굿모닝시티 자금 수수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파고 앞에서 정 대표가 절망감을 느끼던 7월경 주류측 인사들은 대부분 '원칙에 따른 수사'만을 되뇌인 반면 비주류 인사들은 한결같이 '정치적 배경을 가진 무리한 수사'라며 강도 높게 엄호해주는 등 인간적으로는 잔류파들에게 정을 느낀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최근 몇몇 지인과 만나 "그래도 난 신주류 아니냐"며 친노(親盧) 신당파들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지 않을 수 없는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친인 고(故) 정일형(鄭一亨) 박사의 '뼈가 묻혀있는' '50년 전통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이 인간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마음에 걸린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8일 오후 열린 정 대표의 참모진 회의에서도 이 때문에 신당행 여부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이런 가운데 탈당파들을 만나서는 '분당 강행하면 난 잔류한다'고 말하고, 당 사수파를 만나면 '빨리 통합신당안을 안 받으면 난 신당에 갈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일요일인 7일 저녁에는 조성준(趙誠俊) 김성순(金聖順) 송영진(宋榮珍) 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들을 만나 "당이 쪼개져선 안된다. 끝까지 통합노력을 같이 하자"고 설득도 했다.

한 관계자는 "5공 시절 고(故) 조윤형(趙尹衡) 전 국회부의장과 김 고문, 정 대표 등이 민추세력과의 '야권통합'을 위해 민한당에 잔류했던 것처럼 12월쯤 민주당과 신당의 '재결합'을 위해 잔류를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