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씨 부인 계좌 대선前 50억대 인출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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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게 술자리 향응을 제공했던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구속) 관련 계좌에서 지난해 10, 11월 50억여원의 뭉칫돈이 현금으로 집중 인출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또 양 전 실장의 두 차례 청주 방문(4월 17일과 6월 28일) 직전인 4월 11일과 6월 27일에도 이씨 부인 및 주변인물 계좌에서 각각 3억1900만원과 3억4000만원의 현금이 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씨의 갈취교사 혐의에 대한 검찰 내사가 사실상 중단된 직후인 지난달 10일과 11일에도 같은 계좌에서 3억9500만원과 2억7000만원의 현금이 인출돼 돈의 사용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김도훈(金度勳·구속) 전 검사의 지휘를 받아 이씨의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면서 6, 7월 이씨 관련 계좌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 13일 관련 기록을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돈 중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제공됐거나 양 전 실장에게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건네졌는지, 또 다른 용도로 쓰였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 추적 결과에 따르면 이씨 관련 계좌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 7월까지 억대 이상의 뭉칫돈이 수시로 현금 출금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합법적이거나 투명한 거래관계로 사용됐을 경우 이 같은 거액을 현금으로 인출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씨는 부인 명의로 지난해 10월 11일 K은행에서 38억원을 대출받았다. 수사 관계자는 “7월 초 K은행 대출담당자를 조사한 결과 K나이트클럽 건축비 명목으로 담보를 제공받고 38억원을 대출해 주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돈은 이날 하루에만 19억원과 4억5000만원, 3200만원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23억82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됐다.

또 같은 달 17, 18일에 부인 계좌에서 10억원과 1억원이 현금 인출된 것을 비롯해 11월 26일까지 16억원이 추가로 인출됐다. 부인 계좌에서 두 달 동안 모두 50억여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또 양 전 실장의 청주 방문을 앞둔 4월 11일 K나이트클럽의 명목상 사장인 유모씨(구속) 계좌에서 2억3700만원, 이씨 부인 계좌에서 8200만원 등 현금 3억1900만원이 인출됐으며 양 전 실장이 청주에 머물던 17일에도 유씨 계좌에서 두 차례에 걸쳐 1억500만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씨의 부인을 13일 소환해 입출금 내용과 사용처를 추궁했으나 부인 K씨는 “나이트클럽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아는 게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씨의 변호인측은 “이씨가 단 1원의 정치자금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검사가 제기했던 ‘검찰 내 이씨 비호 의혹’을 조사한 대검 특별감찰팀이 이 같은 계좌추적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이 돈의 사용처를 모두 규명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감팀이 용처 불명인 이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그냥 덮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부실 감찰’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검 특감팀은 21일 감찰 결과 발표를 통해 “이씨 및 그의 주변계좌는 물론 검찰 간부 계좌까지 모두 확인했지만 이씨와 검찰 간부 사이에 돈 거래는 없었다”며 “비호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대검은 28일 ‘이원호씨가 민주당에 대선자금 3억원을 제공한 첩보를 입수했다’는 김 전 검사의 수사 일지와 관련해 “감찰조사 당시 김 전 검사가 그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일지를 제출해 청주지검에 이첩했다”며 “하지만 김 전 검사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대선 자금 지원설을 내사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청주=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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