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大田청사 5돌 “삶의질 만족”“이원화 불편”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35분


정부대전청사 소속 공무원들이 대전으로 이전한 지 5년 만에 95%가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대전으로 옮겼다. -사진제공 대전일보
정부대전청사 소속 공무원들이 대전으로 이전한 지 5년 만에 95%가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대전으로 옮겼다. -사진제공 대전일보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 정부의 10개 외청 행정기관이 대전으로 옮긴지 오늘로 꼭 5년이 지났다.

이들 기관은 ‘중앙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한 국가의 균형발전’이란 차원에서 98년 8월 26일 대전 둔산신도시 한복판에 20층 높이, 4개 동으로 지어진 최첨단 빌딩으로 이주했다.

당시 이들 기관은 서로 옮기지 않으려 갖은 로비를 벌이기도 했지만 이젠 소속 공무원 대다수가 대전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대전은 이들 기관의 이전으로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업무의 이원화에 따른 행정력 낭비 등 어두운 면도 적지 않다.

▽정착한 공무원=정부 대전청사에서 근무하는 A서기관(51)은 요즘 주말마다 대전 근교 주말농장을 찾아 자녀들과 함께 채소도 가꾸고 바비큐 파티를 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던 5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 그는 서울 집을 팔고 대전으로 이사오면서 남은 돈으로 텃밭 300여평을 샀다.

사무관 B씨(48)의 출근 소요시간은 불과 5분. 출퇴근에만 하루 3시간씩 허비했던 지겨운 서울 생활과 대조적이다. 그는 “남는 시간에 헬스클럽에 가거나 자녀들의 공부를 돌봐준다”고 말했다.

정부 대전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4205명. 이주 초기 이들의 50%는 주소지가 서울과 수도권이었으나 지금은 95%가 대전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저렴한 집값과 물가, 서울 못지않은 교육 여건 등으로 인해 이제는 마음까지 대전으로 옮겼다.

▽대전의 발전=정부청사의 이전 등으로 인해 대전 인구는 98년 134만6000명에서 지난해에는 142만3000명으로 7만여명이나 늘었다.

청사 인근 만년동에 최근 2, 3년 사이에 음식점만 600여개가 생길 정도로 상권이 형성됐다. 둔산 신도시에는 이마트, 월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대전시 박성효 기획관리실장은 “중산층 이상의 공무원이 일시에 유입되면서 교육환경과 문화수준 향상 등 무형적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다”고 풀이했다.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청사의 대전 이전에도 불구하고 핵심 업무는 여전히 서울의 부처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력 낭비도 만만치 않다.

철도청은 대전으로 이전하기 전 직원들의 연간 출장비는 2억원이었으나 지금은 6억원으로 3배 늘었다.

청장 등 고위 간부들은 국회 개원 때마다 서울사무소에서 상주하다보니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유관 기관들이 아직도 대전 이전을 머뭇거리는 것은 대전시 등이 풀어야 할 과제.

조달청의 1만7000여 협력업체 가운데 대전으로 옮긴 것은 전체의 1%뿐. 전국 2000여명의 변리사 중 대전에서 개업한 변리사는 6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 청사 이전을 겨냥해 청사 주변에 잇따라 지어진 오피스텔의 공실률이 40%에 이르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서울에서 근무할 때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아직도 ‘유배지’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대전시가 의료, 문화 등 인프라를 구축해 이전한 사람을 진정으로 ‘대전사람’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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