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친구’ 뺨치는 살인극…조폭 행동대장 친구 찔러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27분


영화 ‘친구’보다 더 영화 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5시45분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 제일시장 부근에서 문모씨(26)가 온몸이 흉기로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문씨는 성남 일대에서 가장 큰 폭력조직인 ‘신관광파’의 행동대장. 경찰은 문씨의 살해범으로 이모씨(26)를 붙잡아 구속했다.

이씨는 문씨와 같은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문씨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폭력과 갈취를 일삼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신관광파’를 수개월 동안 내사했던 성남중부경찰서조차 이씨가 문씨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성남중부서 왕재현 형사는 “둘은 어릴 때부터 늘 붙어 다닌 단짝친구”라며 “문씨의 아버지도 이씨가 살해범이란 말에 ‘그럴 리 없다’며 울부짖었다”고 말했다.

한동네에서 자란 이들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91년 초 함께 가출했다. 당시 동네 친구였던 김모, 임모씨도 따라 나섰다. 영화 ‘친구’처럼 늘 함께하던 4명의 친구는 이후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웨이터 등으로 일하며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20세가 되던 1997년 4명의 친구는 함께 폭력조직에 들어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칼을 감고 있는 용 문신도 함께 새겼다. 이후 문씨와 이씨는 조직 안에서 승승장구했다.

2001년 폭력사건으로 이씨가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나던 날 문씨는 서울 성동구치소 앞에서 대대적인 환영식을 열어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함께 모셨던 두목 이모씨(28)가 지난해 7월 출소해 조직을 재건하면서 둘 사이는 조금씩 멀어져 갔다.

3년 전부터 사채업을 통해 상당한 재산을 모은 문씨는 조직 재건과 운영에 자신의 돈이 계속 들어가자 점점 조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

마침내 살해되기 하루 전 문씨는 두목 이씨에게 조직 탈퇴를 선언했고 두목 이씨는 ‘배신자의 최후’를 보여준다며 가장 친한 친구인 이씨를 시켜 문씨를 살해하도록 했다.

문씨는 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7차례나 찔린 끝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죄책감을 느낀 이씨는 살해 후 문씨의 장례식에 나타났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두목 이씨를 살해교사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반대파 조직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남지역 유흥업소에서 금품을 뜯어낸 신관광파 조직원 26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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