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시립 동부병원 ‘애물단지’

  • 입력 2003년 8월 1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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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운영하는 유일한 종합병원인 시립동부병원(동대문구 용두동)이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시는 병원 정상화를 위해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동부병원의 민간위탁자를 모집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가 더 이상 민간위탁을 추진할 수도, 그렇다고 지금처럼 시 직영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시는 1∼14일 동부병원의 민간위탁자를 공모한 결과 신청서를 낸 곳이 없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시가 지난해 12월 민간위탁 방침을 발표한 이후 3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 실시한 것.으로 1차 공모 때 한양대가 유일하게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한양대는 200병상 가운데 50병상을 행려환자에게 할애하고 종합병원 기능을 유지하라는 서울시의 위탁 조건과 한양대병원 노조의 반대로 6월 위탁을 포기했다.

이 후 공모에서

몇몇 부속병원이 있는 대학이 공모에 관심을 보였으나 시의 위탁 조건을 수용할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 데다 산별노조인 병원노조가 동부병원의 민간위탁에 반대해 어느 곳도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또 다시 공모를 해도 별 소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매년 적자가 60억원이 넘는 동부병원을 지금처럼 직영체제로 유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5%를 유지했던 병상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15%로 급감했다. 의사 27명 가운데 12명이 올해 초 퇴직해 아직까지 5명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 등 일부 과목은 아예 ‘개점휴업’ 상태다.

시 관계자는 “공무원 봉급체계로는 의사들을 충원할 수 없고 병상가동률도 끌어올릴 수 없다”며 “민간위탁이 유일한 대안이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은 만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동부병원의 처리방향을 9월 초까지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 사회단체는 시립병원을 민간위탁할 경우 공공 의료기능을 상실해 저소득층의 진료공백이 우려된다며 민간위탁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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