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30년만에 속살 드러낸 청계천…악취 오물 생각보다 적어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39분


두부처럼 잘려진 콘크리트 바닥이 크레인에 끌려 천천히 올라간다. 어둠에 묻혔던 청계천이 시커먼 속을 드러내며 30여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되는 순간이다.

서울시는 13일 오전 10시경 청계고가도로의 철거가 끝나가는 3공구에 성북천이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지점인 난계로∼성동구청 앞 사거리의 복개도로 상단을 철거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복개구조물 철거의 첫 단계. 휠소(Wheel-Saw)라는 바퀴톱으로 4.5m×5m 크기, 두께 40cm짜리로 잘라놓은 콘크리트를 크레인이 들어올리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썩은 온갖 오물들이 나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바닥은 의외로 깨끗했다. 냄새도 생각보단 심하지 않은 편.

6m 정도 되는 깊이의 바닥은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이었다. 밟는 곳마다 또렷한 발자국이 남는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있었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이 모래가 청계천의 지천인 성북천에서 비에 쓸려 내려왔을 것으로 짐작했다.

3공구 공사 책임자인 손문영 소장은 “이제부터는 지하로 내려진 굴착기가 집게발 모양의 압쇄기로 콘크리트를 잘게 부수는 단계”라며 “3공구의 상단 철거는 추석(9월 11일) 전에 끝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사현장에서 청계천을 따라 1km 정도 하류로 내려가니 붕어나 버들치 치어들과 흰뺨검둥오리, 백로 등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머지않아 청계천의 모든 구역에서 이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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