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파문 확산…소장 법관들 ‘연판장 사태’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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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대법원장의 대법관 1명 제청을 앞두고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관 제청 방식 및 내용 등에 반발해 사표를 낸 데 이어 일선 소장 법관들이 연명으로 건의서 작성에 돌입하는 등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파문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李容九·사시 33회) 판사는 13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연명 건의서 작성을 촉구하는 ‘대법관 제청에 관한 법관 의견수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전국의 판사들에게 e메일로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고 밝혔다. 이 의견서는 이 판사 등 3명의 재경 법원 소장 법관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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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5시 현재 100여명의 전국 법관들이 연명 의견서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의견서는 14일 오전 중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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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판사는 의견서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대법관 인선 과정은 소장 법관들의 기대를 외면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좌절하게 하고 있다”고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새로운 대법관은 적어도 지금까지의 인사관행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을 가진, 검증된 법조인이 제청돼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중견 법관들도 다음주 중반까지 의견을 취합해 대응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서울지법 민사합의28부 박시환(朴時煥·사시 21회) 부장판사는 전날 열렸던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파행 사태와 관련해 이날 오전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 부장판사는 사직서와 함께 제출한 ‘사직의 변’을 통해 “이번 대법관 선임 내용은 종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이는 사법부의 변신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국민과 법관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며, 시대의 엄숙한 요구에 대한 중대한 외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표의 직접적인 동기로 “대법원장이 제시한 3명의 대법관 후보를 통해 볼 때 사법부 개혁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12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에서 박재승(朴在承)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 등 위원 2명이 대법원이 추천한 대법관 후보에 동의할 수 없다며 퇴장한 뒤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날 오후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운영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자문위원회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다”며 “강 장관 등이 중도에 퇴장한 것은 법조 관련 직역 대표자의 책임감을 망각한 적절치 않은 행동이다”고 반박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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