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스케치]얼음과 함께 여름나는 사람들

입력 2003-08-01 18:56수정 2009-10-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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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제빙실의 냉동창고에서 한 직원이 얼음을 실어 나르고 있다. -원대현기자
“포대에 꽉꽉 좀 눌러줘.”

“어유, 아까워. 얼음 흘리지 말라니까.”

7월 31일 오전 7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내 얼음판매소. 얼음을 사는 상인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한강에 메아리쳤다. 요즘 매일 오전 4시부터 9시 사이 수산시장 얼음 판매소는 얼음을 구하려는 상인들로 분주하다.

한여름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에겐 수산물보다 얼음이 더 중요하다. 얼음을 깔고 생선을 전시해야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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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 오후 4시 수산시장에 있는 제빙실을 찾았다. 100여평 남짓한 이곳에 들어서니 예상과 달리 춥지 않았다. 영상의 온도였다.

18년째 얼음을 만들고 있는 유병관씨(47)의 설명.

“차가운 공기로 물을 얼리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물로 물을 얼리죠. 제빙실 바닥엔 2m 정도 물이 차 있는데 그 온도가 영하 15도입니다. 염화칼슘을 풀어 놓아서 이 물은 영하 15도에서도 얼지 않습니다. 염화칼슘을 푼 물에다 물을 담은 철제 통을 넣으면 통 속의 물이 서서히 얼게 되죠.”

롯데호텔 얼음조각실에서 학 모양의 얼음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얼음조각가 이재열씨. -이광표기자

물이 얼려면 약 37시간이 걸린다. 유씨는 “통 속의 물을 저어주면서 천천히 얼려야 얼음이 투명하고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하루에 135kg짜리(약 110×50×25cm) 얼음 500여장을 만든다. 얼음은 냉동실로, 그곳에서 다시 판매소로 옮겨진다. 판매소에선 얼음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거나 잘게 부수어 공급한다.

서울 도심인 을지로 4∼6가 장충동 충무로 일대엔 아직도 포장마차 등에 자전거로 얼음을 배달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장충동에서 만난 한 얼음 배달원은 얼음 조끼를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얼음 나르는 일이 시원하다고 하지만 더운 건 마찬가지죠. 그래서 얼음 조끼를 구해 입었습니다. 가슴과 등판이 시원하죠.”

얼음 조끼는 조끼 안에 아이스 팩을 집어넣었다. 주로 식당 주방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 공장 근로자 등이 사용한다.

1일 오후 2시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얼음조각실. 각종 연회장에서 전시하는 얼음 조형물을 만드는 곳이다.

13년 경력의 이재열씨(39)가 학 모양의 얼음 조각품을 만들고 있었다. 30여분간 얼음 가루와 파편을 튀기더니 비상하는 학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135kg짜리 얼음 한 장으로 조형물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 7, 8장이 들어가는 대형 얼음 조각은 4∼ 5시간씩 걸린다. 조각이 끝나면 행사 때까지 영하 25도의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각가는 모두 3명. 이들은 비둘기 오리 학 용 봉황부터 하와이의 야자수까지 못 만드는 것이 없다.

이씨가 말하는 얼음 조각의 매력.

“얼음의 투명함과 차가움이 좋습니다. 제가 만든 조각품이 녹아서 없어진다는 것도 묘한 매력이죠. 얼음처럼 투명하고 차갑게 살고, 그리곤 미련 없이 흔적을 지워버리라는 그런 생각으로 얼음 조각을 합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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