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서울大출신 ‘선재마을 의료회’ 봉은사서 5년째 무료진료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03분


코멘트
‘선재마을 의료회’ 회원인 서울대 치대 출신 의사가 27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 마련된 진료소에서 외국인노동자와 조선족들에게 무료 진료를 하고있다. -김미옥기자
‘선재마을 의료회’ 회원인 서울대 치대 출신 의사가 27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 마련된 진료소에서 외국인노동자와 조선족들에게 무료 진료를 하고있다. -김미옥기자
50줄에 들어선 의과대학 동아리 선후배들이 15년 전 약속했던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 일대 외국인 노동자와 노숙자들에게 4년째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9년 5월 결성된 의료봉사 모임 ‘선재마을 의료회’. 이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내에 마련된 진료소에서 일요일마다 노숙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료 진료하고 있다.

회원수는 80여명. 의사는 내과, 치과 의사 등 30명이고 나머지는 간호사와 일반인이다. 의사 30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대 출신. 이들은 서울대 의대와 치의대 연합 불교동아리인 ‘의불회’ 출신. 개인병원을 운영하거나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성공한’ 50대 의사들이다.

의료회 회장 김광수씨(51·서울대 의대 72학번)는 “1987년경 대학시절 불교동아리 회원들이 ‘선재마을’이라는 봉사 모임을 만들었지만 생업에 바쁘다 보니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며 “회원들이 ‘배운 의료지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해 의료회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활동 초기 회원들은 봉은사 내의 컨테이너를 진료소로 썼다. 또 직접 외국인 노동자나 노숙자들이 많은 지역을 찾아다니며 안내문을 돌리며 무료진료 사실을 알렸다. 경기 성남시의 외국인 노동자교회 등에서는 환자들을 승합차로 옮기기도 했다. 그 후 환자들의 입을 통해 활동 내용이 알려지면서 요즘은 봉은사 진료소에 일요일마다 100명 안팎의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의료회는 지난해 4월 봉은사 건물 지하에 사무실을 얻어 ‘컨테이너’ 시절을 마감했다. 회원들이 기증한 의료장비로 내과와 치과는 물론 한방진료 시설까지 갖췄다.

이들은 또 2001년 4월부터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진료소에서 매주 수요일 노숙자를 상대로 진료를 시작했다. 27일에는 외국인 노동자 1만5000여명이 살고 있는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무료 진료소도 개원했다. 그동안 경북 경남 전북 등의 산간 오지에 10여차례 순회 진료도 다녀왔다.

회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들의 활동에 어려움도 없지 않다. 봉은사 진료소가 2001∼2002년 서울시정 참여 사업으로 선정된 덕택에 매년 2000만원을 지원받아 약값 등을 충당했지만 올해는 사업 선정 대상에서 제외돼 약값과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회원 김재면씨(51·서울대 의대 72학번)는 “약값 마련과 함께 진료소와 연계하는 거점 병원을 만드는 것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