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보툴리누스 중독환자 발생…일가족 소시지 먹고 감염

  • 입력 2003년 6월 2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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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희귀 전염병인 보툴리누스 중독증 환자가 발생했다. 국립보건원은 12일 찜질방에서 소시지를 사먹은 뒤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대구의 진모(40) 구모씨(36·여) 부부와 딸(10) 등 일가족 3명이 보툴리누스 중독증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보건원은 진씨 가족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구씨의 가검물 검사에서 보툴리누스 중독증 원인 독소가 나와 같은 곳에서 동일한 식품을 먹은 이들 3명을 모두 국내 첫 보툴리누스 중독증으로 확진했다고 설명했다.

보건원은 “진씨 가족 중 모녀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지만 증세가 다소 나아진 상태”라며 “대구시가 지역 병원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했지만 아직 추가 환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들이 먹은 소시지의 변질 여부를 밝히기 위해 해당 식품업체의 동일 제품 중 진씨 가족이 먹은 것과 생산 일련번호가 같은 제품을 모두 수거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보건원은 보툴리누스 중독증 원인독소는 10분 정도 끓이면 분해되므로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내용물이 상해 부풀어 오른 캔(깡통) 식품은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어떤 음식을 먹은 뒤 호흡곤란증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품이나 상처 등을 통해 감염된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균이 만들어낸 독소로 팔다리 마비와 전신근육 무력감, 음식물을 삼키는 근육 마비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이 균의 독소로 주름살 제거에 특효가 있는 보톡스 주사제를 만든다.잠복기는 12∼36시간 정도이며 식품을 통해 중독됐을 경우 사망률이 8%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이 중 25% 정도가 식품을 매개로 감염되고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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