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도 남녀할당제 실시하라"

  • 입력 2003년 6월 22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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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소년보호위원장인 강지원 변호사는 21일 오후 제주 KAL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여기자 세미나에서 "신규 판검사를 채용할 때 남녀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전국 언론사의 여기자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한 특강에서 이같이 밝혔다. 판검사 임용에서의 남녀할당제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강 변호사가 처음이다.

강 변호사는 "남녀 판사를 절반 정도씩으로 구성하도록 하되, 어느 한쪽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남녀 60% 편중 제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변호사는 최근 법원이 아동 성폭행범을 석방하고, 근친 성폭행 사건에서 합의를 권고해 논란을 일으킨 사건에 언급, "해당판사를 탄핵하기 위한 국회청원을 검토 중이다"고 밝히고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의 판사, 검사들이 대부분 남자들이고, 이들은 지나친 남성주의적 편견에 빠져 있으며, 또한 스스로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 특강요지

아동 성폭행범을 대책없이 백주에 거리를 활보하도록 석방하는 것은 또 다른 아동피해를 우려하는 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근친 성폭행 사건에서 합의를 권고하는 것은 명백한 재판권 남용이고, 피해아동과 가족에 대한 정신적 가혹행위이다.

이 사건에 대한 무료변호인단은 문제 판사에 대한 사법부의 자체시정은 어렵다고 보고 판사탄핵을 위한 국회청원을 검토 중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의 판사, 검사들이 대부분 남자들이고, 이들은 지나친 남성주의적 편견에 빠져 있으며, 또한 스스로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한국의 법원, 검찰은 아직까지도 관존민비적, 남존여비적, 성인중심적, 존비(尊卑)차별의식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최근 송광수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을 방문해 "권위의식을 버리라"고 말한 것, 김동건 서울지방법원장이 여성판사들에게 여성피해자에 대한 형법적 문제점을 주지시킨 것 등은 잘한 일이다.

한국의 법정은 아직까지도 말 잘 듣는 모범생일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이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자유로운 공방을 볼 수 없으며, 판사들은 대체로 사건이 많아 요점만 말하라고 요구한다. 검사실도 똑같다. 조금만 길게 말하면 "여기가 어딘 줄 알아?"라는 소리가 금방 나오고 묻는 대로만 대답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 판사, 여성 검사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따라서 이같은 법원, 검찰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 판, 검사를 획기적으로 늘려 양성(兩性)평등법원,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궁극적으로 신규 판검사 채용시 '남녀할당제'(남녀 60% 편중 제한제)를 실시해야 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가고시인 사법시험부터 '남녀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점수보다 성비(性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성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성 대법관도 빨리 배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폭력관련 문제 판례 및 법 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강간죄의 폭행 협박 요건은 '현재 반항을 현저하게 불가능하게 할 정도'를 요구하는 것이 판례이나 이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 아내 강간은 '부녀를 강간할 때'의 부녀에서 처를 제외하는 것이 판례이나 이는 폐기하여야 한다.

현재 판례로는 동성애 강간죄, 남자 강간죄는 강제추행죄로만 처벌하나, 이는 강간죄로 처벌토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현재 법규정은 미성년자에 한해 위계, 위력 간음죄를 인정하나, 이는 성인에게도 확대토록 법개정을 하여야 한다.

현재 법규정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연령을 13세 미만에 국한하고 있으나 이는 16세 미만으로 올려야 한다.

권혜진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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