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휘장권' 김재기씨 "박지원씨에 2억 줬다" 진술

  • 입력 2003년 6월 14일 0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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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한일월드컵 축구대회 휘장사업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서우정·徐宇正 부장검사)는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문화관광부 장관 재직 당시에 김재기(金在基) 관광협회중앙회장에게서 2억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당시 박 장관이 2000년 5월경 초기 휘장사업권자인 CPP코리아 회장이던 김씨에게서 “관광협회중앙회장으로 임명되는 데 도움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CPP코리아의 비자금으로 조성된 현금 2억원을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 및 정황을 확보했다.

김 회장이 당시 홍콩에서 열린 태평양아시아관광협회(PATA)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직후 박 장관에게 총회 결과를 보고하러 가면서 김철우 전 CPP코리아 대표(38)에게서 받은 2억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회장과 김 전 대표를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의 김 회장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관광협회중앙회장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문화관광부, 월드컵조직위원회 등 휘장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과 수월하게 접촉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13일 김 회장에 대해 CPP코리아 등으로부터 정관계 로비 등의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2억원이 박 전 장관에게 전달됐으며 다른 2억원이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상임고문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권 전 고문은 최근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돈을 받지 않았으며 김재기씨를 관광협회중앙회장이 되도록 한 사람은 박지원씨”라고 말했다.

검찰은 월드컵 휘장상품 생산업체인 G&B월드와 휘장사업권자였던 코오롱TNS가 각각 월드컵 홍보관 사업권을 획득하고 CPP코리아로부터 휘장사업권을 이전받기 위해 박 전 장관에게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 및 진술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 김 회장이 2000년 6월경 당시 여권의 또 다른 핵심 실세에게 “CPP코리아가 휘장사업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CPP코리아의 비자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장관측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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