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발가벗는 코리아-앞모습은 예술, 뒷모습은 상술

입력 2003-06-05 14:36수정 2009-09-2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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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벗고 나서는 이유는 … 모바일 서비스 ‘새 수익원’ 창출에 무게중심

연예계에 누드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그전에도 정세희 등 에로 비디오 여배우들이 누드 사진을 찍거나 탤런트 서갑숙이 자신의 섹스 경험담을 담은 책과 누드 영상집을 함께 낸 적은 있었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극히 예외적인 인물로 치부되었다. 요즘처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들이 누드집 촬영에 나선 적은 없었다.

최근 들어 “누드 사진을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스타들은 이혜영, 김지현, 권민중, 김동성 등이다. 이중에서 김지현은 이미 누드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과 모바일 콘텐츠로 서비스되고 있는 상태고 권민중은 5월 말 일본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혜영, 김동성은 계약만 성사된 상황. 이외에도 베이비복스 고소영 김규리 한고은 권상우 오지호 등 “누드 사진 찍는다더라”는 소문에 휩싸인 사람까지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

◇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누드집이 ‘감투’

그러나 이들의 누드집 관련 소문은 현재까지는 모두 ‘뜬소문’일 뿐이다. 한때 톱스타 고소영이 30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누드집을 촬영한다는 소문이 퍼져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고소영 본인이 “이번 영상집은 연예계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파격적 노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파문이 진정되었다.

그렇다면 왜 연예인들은 누드 사진을 찍으려 할까. ‘다리 예쁜 연예인’으로 소문난 이혜영은 누드집 계약 성사를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젊은 시절의 몸매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누드 촬영을 결정했다. 약혼자와도 의논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누드라고 하지만 예술적인 사진,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권민중은 “누드를 찍으려는 국내 연예인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배우 성현아씨의 누드 사진(왼쪽). 지난해 12월 성씨의 누드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성씨의 사진을 본 사람이 몇 백만명을 넘는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연예인들 사이에 갑자기 누드 열풍이 분 것 같지만, 사실 적잖은 연예인들이 그전부터 누드 사진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연예인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모 사진작가는 “사진작가들이나 연예인들이나 누드 사진을 찍는 데에 관심이 많다. 사진작가의 입장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이기 때문이고,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숨김없이 기록해두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농반 진반으로 누드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실제로 비공개를 약속하고 서너 명의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을 찍어두었다”고 밝혔다.

연예 칼럼니스트인 김성덕씨(조이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누드집을 냈다는 것이 하나의 ‘감투’다. 그 연예인이 그만큼 인기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누드집을 내고 싶어했지만 그동안 남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 “돈, 인기 동시에 노린 마지막 시도인 셈”

누드 사진을 촬영했거나 찍을 예정인 연예인들. 고소영, 김동성, 이혜영, 권민중, 김지현(위부터). 이중 고소영은 팬카페에 직접 글을 올려 누드집 촬영을 부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탤런트 성현아의 누드 사진 촬영은 하나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인터넷을 통해 몇 백만명-800만명이라는 소문도 있다-의 유저들이 성현아의 누드를 접하면서 누드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은 많이 사라졌다. 대중의 기호에 민감한 연예인들이 이를 보고 ‘이제는 누드집을 낼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씨는 “이제는 여성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남성 연예인의 누드 사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아마 김동성 이후로 제2, 제3의 남자 연예인 누드 사진이 곧 나올 것이다. 이것은 여성 대중들이 남성 연예인의 몸을 보고 싶어할 만큼 사회 분위기가 개방되었다는 뜻이다”라고도 말했다.

물론 이 같은 누드 열풍의 촉발제는 ‘돈’이다. 연예인의 누드집 관련 보도에서는 5억원이니 10억원이니 하는 거액의 개런티가 오고 갔다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혜영이 누드 사진을 촬영하는 대가로 받는 개런티는 10억원. 권민중의 경우 계약금 5억원에 총 수익금의 25%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동성의 계약금은 7억~8억원 선. 성현아는 누드 사진 촬영 개런티로 5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한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는 “최근 들어 불경기 여파로 광고 시장이 불황을 타면서 연예인들의 수입도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누드집은 돈도 벌고 인기도 만회해보려는 연예인들의 마지막 시도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의 귀띔에 의하면 최근 누드집 촬영 물망에 오른 한 여성 연예인은 경제난으로 인해 매니저까지 해고해야 할 상황이라고.

연예인에게 돌아가는 개런티뿐만 아니라 누드 사진 촬영에 드는 예산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해외 로케를 나가고 동영상을 제작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해킹을 막기 위한 보안 시스템까지 구축해야 하기 때문. 이혜영, 김동성에 이어 세 명의 연예인을 더 섭외해 총 5명의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하는 ‘큐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튜브 엔터테인먼트는 이 프로젝트의 총 예산이 100억원이라고 밝혔다.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비를 웃도는 금액이다.

단순히 누드 사진집을 판매해 이 같은 거액의 투자금을 환수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연예인의 누드 사진 촬영에 거액이 투자되는 이유는 제작사들이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 그것도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경우 서버 구축과 보안 프로그램 설치 등에 적잖은 비용이 들고 해킹을 당할 위험도 크다. 반면 휴대폰으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내려받는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는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미성년자의 접근이 차단되기 때문에 비난 여론도 피해갈 수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철저한 ‘개인성’을 보장받는 모바일 서비스의 성격은 개인의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누드 동영상 서비스와 맞아떨어진다는 것. 현재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통신사는 모두 성인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이승희씨의 누드 사진집 '버터플라이'. 이씨의 누드 동영상과 사진도 모바일 콘텐츠로 제작되어 현재 서비스되고 있다.

◇ 손바닥만한 게 무슨 예술? 상업주의 극치

‘누드운동회’ 등 성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바일원 서비스’ 멀티미디어 사업부의 이광호 팀장은 “모바일 서비스의 수준이 동영상, HD 등으로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트렌드 역시 인터넷에서 모바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수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신곡을 홍보하는 등 모바일 홍보에 전략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바일을 통해 동영상을 한 번 다운받는 금액은 50~100원 선이다. 10만명이 한 번씩 접속하면 5000만~1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쉽게 나온다.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릴 경우 콘텐츠를 제작한 기획사가 수익의 90% 가량을 가져간다. 즉 통신사는 통화료 수익을 얻는 데에 그치고 대부분의 실수익은 콘텐츠 제작사측이 챙기는 것.

SK텔레콤 원홍식 과장은 “올 1월 1주일간 ‘준(June)’을 통해 성현아 동영상을 시범 서비스한 결과 매출이 3억~4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모바일은 인터넷을 대체할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무선 인터넷 매출이 전체 인터넷 시장 매출의 10%를 넘어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얼마만큼 성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 연예계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누드 사진 열풍은 ‘예술적인 누드 사진’보다는 ‘새로운 수익 창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연예인 누드 모바일 서비스가 제작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통신사측은 “유저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성인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연예인 누드 동영상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손바닥만한 휴대폰 모니터로 보는 누드가 무슨 사진이며 예술인가요? 최근 연예인들이 누드 사진을 찍었다지만 제대로 된 누드 영상집이 한 권이라도 나왔나요? 그 사진들은 모두 인터넷과 휴대폰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 열풍을 보면 상업주의의 극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사진작가 조세현씨의 개탄이다. 그의 말처럼 연예인 누드 사진에 대한 대중의 시각에서도, 그리고 연예인 누드 사진을 제작하는 측에서도 이를 하나의 문화나 예술 장르로 취급하려는 자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 아시아권 스타들의 누드 사진-‘산타페’ … ‘엔젤 하트’ … 누드 금기 하나 둘 사라져

94년 누드집을 낸 대만 여가수 비비안 수.

누드 사진을 찍는 연예인이나 제작자들이 반드시 하는 말이 있다. “‘산타페’처럼 찍고 싶다”는 말이 그것. 1991년 일본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는 미국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서 촬영한 누드집 ‘산타페’를 출간했다. 당시 18세이던 미야자와 리에는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였다. 유명한 누드 사진작가인 시노야마 기신이 촬영한 ‘산타페’는 외설이라는 비난보다는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호평을 들으며 일본에서만 100만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여배우들의 누드집 출간이 줄을 이으면서 자연히 누드집을 금기시하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산타페’ 출간 이후 일본에서는 체모를 드러내는 누드를 금기시하는, 소위 ‘헤어 누드 금지’라는 규제도 사라졌다고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등 동남아시아 각국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대만의 여가수 비비안 수는 94년 누드화보집 ‘엔젤 하트’를 내놓았다. 아이돌 그룹 ‘소녀대’로 데뷔한 비비안 수는 당시 국립타이페이 상업대학에 재학중이던 19세의 학생이었다. ‘엔젤 하트’는 대만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일본어판이 발간되기도 했다. 이 누드집을 통해 비비안 수는 아시아권은 물론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홍콩에서도 여배우 쉬치(서기)가 19세에 누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작가 조선희씨는 “중국 여배우인 종리스(종려시)나 쉬치는 현재 우리 연예인들이 촬영하는 수위보다 훨씬 더 과감한 누드 사진집을 내놓았다. 유교주의의 고향인 중국에서도 이미 이처럼 누드에 대한 금기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전원경 주간동아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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