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강탈 사건 '짜맞추기 수사' 의혹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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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36), 황모씨(44) 등 2명은 15일 오후 10시25분경 국립공주박물관에 침입, 당직자 박모씨(35)를 흉기로 위협하고….’(5월 24일 경찰 보도자료)

‘임모(31), 박모씨(37) 등 2명은 15일 오후 10시25분경 국립공주박물관에 침입, 당직자 박모씨(35)를 흉기로 위협하고….’(5월 26일 경찰 보도자료)

국립공주박물관 국보 강탈 사건을 수사 중인 충남 공주경찰서가 24일과 26일 각각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이다. 혐의자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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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재 임씨 등을 통해 국보 제247호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 등 강탈 문화재 4점을 모두 회수한 만큼 임씨 등이 진범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이 당초 오씨 등에 대해서는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처음부터 범행을 극구 부인해 경찰 내부에서조차 진범 논란이 빚어졌던 황씨를 주범으로 간주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구속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황씨는 현재 변호인을 통해 “동일 전과자라는 이유로 몰아치기 수사를 했다”며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오씨에 대한 수사도 의문투성이다. 경찰은 24일 “오씨가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고 밝혔으나 오씨는 임씨 등이 진범으로 확인된 이후 범행을 다시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경찰이 오씨의 다른 범행을 확인한 뒤 이를 문제 삼아 (허위)자백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27일 임씨 등이 진범으로 밝혀진 뒤에도 오씨와 황씨에 대해 “공범일 가능성이 있으며 별도의 범행도 확인됐다”며 당초의 구속영장 내용을 바꾸지 않았다.

황씨의 변호인인 여운철 변호사는 “만약 오씨 등이 흉기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국보강탈이 아닌 강도예비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한다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오씨의 자백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생생한 데다 당시 박물관 당직자 박씨가 진범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구속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씨와 황씨를 검거해 공주경찰서로 넘긴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관계자는 “맹세코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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