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실버취업박람회 북새통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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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실버취업박람회’에 참가한 노인들이 구인업체와 일자리 등이 소개된 행사 안내 책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권주훈기자
29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실버취업박람회’에 참가한 노인들이 구인업체와 일자리 등이 소개된 행사 안내 책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권주훈기자
“할아버지, 자격증은 뭐 있으세요?”

“할아버지는 무슨, 아직 예순도 안 됐는데…. 웬만한 건 다 할줄 아우.”

29일 오전 9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태평양1홀 앞에선 평소 보기 힘든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울시 주최로 30일까지 열리는 ‘2003 실버취업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50, 60대가 줄을 서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 인파로 800평 규모의 박람회장은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공동 주관업체인 ㈜리크루트의 박종민 대리(30)는 “하루 1만명 정도로 예상했던 참가 인원이 낮 12시도 되기 전에 7000명을 넘어섰다”며 “일하고 싶은 노년층의 열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220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에는 고급 인력도 대거 몰렸다. 특히 영어로 면접이 이루어지는 나이지리아대사관 주한독일상공회의소 등의 창구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길게 늘어서 높은 인기도를 반영했다.

사무보조직을 희망한 권윤옥씨(66)는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나이든 사람에겐 경비나 청소 같은 단순한 일만 시키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단순노무직도 아무나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0일까지 2만명 이상의 노인들이 이곳을 찾을 전망이지만 채용 규모는 3510명에 불과하기 때문.

서울 송파구 잠실에 산다는 백모씨(66)는 “65세 이상이라고 꺼리는 곳이 많았다”며 “일단 이력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청소용역업체인 ㈜대호기건의 송재훈 대표는 “60대 노인들에겐 솔직히 버거운 일”이라며 “체력엔 문제없다며 (자신을) 써달라는 노인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뺐다”고 귀띔했다.

사무보조직에 지원한 김희자씨(61·여)는 “보수 등 대우에 대한 업체와 참가자들의 입장이 많이 달랐다”며 “중간에서 조정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자원봉사를 맡은 권현수 사회복지사(33·여)는 “공간 부족으로 바닥에 앉아 지원서를 작성하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계속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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