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대표 청와대 만찬회동후 ‘700만원대 룸살롱 뒤풀이’

  • 입력 2003년 5월 2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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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대표가 2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회동 후 서울 강남의 초호화 룸살롱에서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3만원이 넘는 식사 접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 윤리강령이 19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등 공직자의 도덕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지도자들이 하룻밤 수백만원짜리 술판을 벌인 데 대해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많다.》

여야 3당 대표가 2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회동 후 서울 강남의 초호화 룸살롱에서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3만원이 넘는 식사 접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 윤리강령이 19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등 공직자의 도덕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지도자들이 하룻밤 수백만원짜리 술판을 벌인 데 대해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많다.

▽호화 술판 경위=청와대 만찬이 끝난 것은 21일 오후 8시경.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총재에게 “지난달 청남대 만찬 때 총재님께서 ‘언제 여야 대표끼리도 한 잔 하자’고 하셨는데, 오늘 어떻습니까”라며 ‘뒤풀이’를 제안했다. 이에 JP와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가 곧바로 동의했고, 세 사람은 JP의 승용차에 함께 타고 JP가 제안한 J룸살롱으로 향했다.

정 대표측은 만찬 결과 브리핑 준비를 위해 청와대에 남아 있던 유인태(柳寅泰)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에게도 “J룸살롱으로 오라”고 연락했다. 유 수석이 “너무 비싼 곳이니 다른 곳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정 대표측은 “어른(JP)이 결정한 것이어서 바꾸기 어렵다”고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술판에 참석한 인사는 3당 대표와 대표비서실장과 대변인, 유 수석 등 모두 10명.

약 2시간 반 동안 JP가 가져온 고급 위스키 발렌타인 17년산 3병과 맥주 카프리 2홉들이 40∼50병을 모두 비웠다. 안주는 닭다리튀김, 마른안주, 과일 등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폭탄주 5, 6잔씩이 돌았다”고 말했으나, 다른 참석자는 “3당 대표 모두 난형난제의 술 실력이었다. 폭탄주를 7잔 이상 마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미모의 여종업원 7, 8명이 들어와 술시중을 들었다는 것. 여종업원들의 팁은 1인당 30만원씩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술값은 정 대표가 계산했는데 참석자들은 “700만원 안팎의 돈이 나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비난 봇물=3당의 홈페이지와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정 대표에 대해선 “대통령은 고생하는데, 여당 대표는 호화술판이냐”고, 박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청남대 골프 회동 때는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골프냐’고 하더니, 룸살롱은 괜찮으냐”고 비판했다. JP에 대해선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요정 정치를 부활시키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사회민주당 이정식(李正植) 대변인은 “3당 대표의 ‘고급 룸살롱 폭탄주 정치’를 보는 국민이 끝내 폭탄처럼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알코올 국회’를 ‘민생 국회’로 바로잡기 위한 ‘술 취한 당신, 냉수 먹고 속차려’라는 퍼포먼스를 갖고 콩나물해장국을 각 당에 전달하기로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J룸살롱' 어떤곳인가▼

여야 3당 대표들이 21일 밤 청와대 만찬 직후 들러 폭탄주를 마신 서울 서초동의 J룸살롱. 역대 정권 실세들이 자주 찾았던 고급 룸살롱으로 알려져 있다. 원대연기자

3당 대표가 술자리를 벌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J룸살롱은 5공 이후 역대정권의 실세들이 애용해 온 장소로 유명하다.

6공 때는 박철언(朴哲彦) 전 의원,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 등 역대 정권의 ‘권력 황태자’들이 이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홍업씨는 2000년 6월 당시 주택공사 사장을 이곳에서 만나 사정기관 내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현철씨도 두양그룹 김덕영 회장으로부터 15억원을 받는 과정에서 이 술집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기록에 나와 있다.

주인 정모씨(여·70세 전후)는 대구 출신으로 70년대 초반 약수동에서 ‘심향’이란 상호로 현대식 룸살롱을 시작했다. 그 후 강북에서 ‘나도향’, ‘아성’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영업하다 80년대 중반 ‘한도’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자리로 진출했고, DJ정부 들어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정씨는 수완이 뛰어나 70년대에는 이후락(李厚洛) 전 중앙정보부장, 박종규(朴鐘圭) 전 대통령경호실장이 단골이었으며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 그의 술집을 자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는 중요한 일본 손님이 올 경우 이 집에서 술자리를 마련하곤 한다.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대표도 ‘심향’ 이래 정씨의 단골.

이 집은 3층짜리 고급 단독주택으로 외관상 룸살롱으로 보이지 않으며 예약 없이는 이용할 수 없는 등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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