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변호사 감치명령…재판중 반대신문 부적절 수차례 제지

  • 입력 2003년 5월 2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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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도중 판사가 법정 질서유지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변호사에게 10일간의 감치명령을 사상 처음으로 내린 데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당사자가 변론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7단독 손주환(孫周煥) 판사는 2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의 1심 재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백모씨를 신문하던 김용학(金容學·60) 변호사에 대해 10일간 감치명령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이날 법정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수감 직후 3명의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서울지법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날 감치명령은 김 변호사가 진행한 증인신문의 일부 사실관계와 진행 방식에 대해 손 판사가 문제가 있다며 제지했으나 김 변호사는 “재판 진행이 적절하지 못하다”며 반발, 10여분간의 언쟁으로 비화되는 과정에서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손 판사는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증인 백씨가 신문 내용을 부인했는데도 마치 시인한 것처럼 전제한 뒤 신문을 계속 진행하고 조서내용과 다르게 유도 신문을 계속했다”고 감치명령 이유를 설명했다.

손 판사는 이어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는 누구보다도 재판장의 소송 지휘에 잘 협조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재판장의 정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아 다른 피고인들의 재판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반면 김 변호사는 항고장에서 “변론권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한 권한인데도 변호인을 감치하는 천인공노할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번 조치는 변론권을 침해한 중대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도 “감치 경위를 알아보고 있지만 변호인에게 감치명령을 내린 것은 재판권 남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명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소란 괴성 폭언 등을 통해 재판부의 위신을 훼손하는 사람을 직권으로 구속하는 제재조치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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