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게릴라 시위,경찰 뒤늦게 허둥지둥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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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의 신분과 게릴라식 투쟁방식 때문에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조합원들은 개인사업자인 차주들이어서 특정 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은 데다 고정된 작업장도 없어 운송업무를 거부하더라도 엄밀하게 말하면 파업은 아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합원들에게 불법파업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난감해하고 있다.

또 화물연대 부산지부측은 가능한 한 경찰에 단속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집회를 사전에 신고해 법적인 절차를 준수하고, 조합원들은 가급적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집단행동을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부산지부 지도부는 12일 부산 남구 용당동 부산항 신선대부두 앞을 가로막고 대규모 집회를 열다 ‘부두 출입차량의 통행을 장시간 방해할 경우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는 판단아래 집회 장소를 부산대로 바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270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의 의표를 찌르는 게릴라식 시위도 경찰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12일 오후 10시경 부산대 학생회관에서 파업 결정이 발표된 뒤 조합원 1500여명이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장기 농성을 벌일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13일 오전 4시경 모두 학교를 빠져나가 뿔뿔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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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조합원들이 부두 앞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서 기습시위를 벌여 화물차의 통행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정보에 따라 40개 중대를 부산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소재 파악을 위해 정보력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정작 조합원들은 이를 비웃듯이 귀가하거나 사우나와 찜질방 만화방 등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며칠 더 잠적해 있을 것 같았던 조합원들은 14일 오전 9시부터 갑자기 부산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경에야 이 같은 사실을 감지, 진위를 확인하고 경찰력을 배치했으나 이 때는 이미 조합원 500여명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이처럼 곳곳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조합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TRS(주파수 공용통신) 때문이었다. 휴대전화와 비슷하게 생긴 TRS는 동시에 수백 명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지도부는 이를 이용해 1분 안에 모든 조합원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더구나 수신자를 그룹별로 지정해 보내면 경찰이 설혹 TRS을 확보하고 있다하더라도 지시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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