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카파라치 폐지 넉달' 고속도로 가보니…

  • 입력 2003년 5월 13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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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라치’가 있을 때가 좀 편했던 것 같아요. 단속 눈치만 살피면서 교통수칙을 어기는 운전자가 아직 많습니다.”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윤용식 경사는 요즘 갓길 통행 차량을 단속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출근시간인 12일 오전 8시 20분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 서운분기점 일대에서 단속에 나선 윤 경사. 그는 한꺼번에 수 십대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갓길로 운행하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차량 한대가 갓길로 들어서면 10∼20대가 그 뒤를 이어 하아온다”며 “모든 위반차량에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할 수 없어 맨 앞에 있는 차량만 단속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20분 사이 위반 차량을 100여대 가량 발견했지만 5대만 적발했다.

고속도로순찰대 대원들은 갓길 통행이 많은 주요 지점으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서운분기점∼중동IC, 계양IC, 장수IC와 영동고속도로 월곶IC 인근 지점 등을 꼽는다.

고속도로순찰대가 단속을 벌이는 곳은 서울외곽순환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신공항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6개 도로 217.5km 구간.이 곳에서 순찰대원들이 적발한 갓길통행 차량은 올 들어 4월 말까지 27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1대)에 비해 3.5배 수준으로 늘었다.

대부분 적발 지점에는 ‘사진 촬영 많은 곳’ 또는 ‘갓길 주행 금지’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카파라치’가 사라진 후 이 같은 경고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1년 3월부터 갓길 통행 등 교통위반 장면을 신고한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주어오다 1월부터 과잉 단속 등 민원이 잇따르자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인천지역에서 카파라치가 신고한 건수는 2001년 14만7800여건(포상금 4억2000만원), 2002년 2만9000여건(포상금 8300만원)이었다.

경찰은 위반 사례가 많은 120개 지점에 U턴 금지 규제봉을 설치하거나 사진촬영 경고 안내판을 붙여놓았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카파라치가 사라진 후 교통위반 사례가 많아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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