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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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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선고 연기 속출=서울지법 민사합의8부는 이날 오전 선고 예정이던 10건 중 헌재 결정의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는 4건에 대한 선고를 연기했다. 서울고법 민사20부도 4건 중 원고 청구를 기각한 2건만 선고를 마쳤다.
재판부의 한 배석판사는 “원고가 소송촉진법에 따라 연 25%의 지연 이자를 청구한 사건의 경우 당분간은 선고를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각급 법원의 민사 재판부에서도 선고가 연기되는 사례가 꼬리를 물었다.
대법원은 당혹감을 표시하면서 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인 6월 초까지는 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법원의 다양한 해프닝=위헌 결정을 미리 알지 못했던 각급 재판부가 이날 진행한 민사 재판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소액사건 재판부인 서울지법 민사9단독 이정호(李正鎬) 판사는 이날 오전 금융기관을 대리하는 원고측 변호인들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바람에 선고 예정이던 245건 중 120여건만 선고했다.
이 판사는 “선고가 연기될 것으로 지레 짐작한 금융기관측 변호인들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선고를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채권자가 25%보다 낮은 연체 이자율을 수용한 경우 판결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8부 재판장인 서명수(徐明洙)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 직전 선고가 연기된 당사자들에게 “헌재 결정으로 선고가 연기됐으며 선고 날짜를 다시 정해 통보해 주겠다”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대처방안 및 법원 대책=1심 계류 중인 금전청구 사건 원고들은 연체 이자 25%를 요구한 청구 취지를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이 일부 기각 결정을 내리거나 보정(補正) 작업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재판이 더 지연될 수 있다.
2, 3심에 넘겨진 사건 중 원고가 승소한 사건도 25%의 연체 이자율을 전제로 선고됐기 때문에 법원의 직권 파기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1, 2심 판결이 다시 내려지고 당사자들이 승복하지 않을 경우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 파기 시점을 개정법 시행 이전으로 할지, 이후로 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1, 2심 선고를 앞둔 소송 당사자는 개정 법안 시행 이전에 판결을 받기를 원할 경우 5∼6%의 연체 이자율이 적용되며, 이보다 높은 연체 이자율을 희망하면 재판부에 ‘선고 연기 신청’을 낼 수 있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 연기 △소송 접수단계 창구지도 및 홍보강화 △소송촉진법 개정안 통과 추이에 따른 재판일정 검토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처리 참고사항’을 전국 재판부에 e메일로 긴급 발송,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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