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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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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관급 장교였던 아버지로부터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란 심씨가 절도까지 하게 된 것은 갑자기 부잣집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싹튼 허영심 때문이었다. 제주도에서 서울 강남 8학군의 한 고교에 전학한 심씨 곁에는 ‘잘 나가는’ 친구들 일색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뒤 강남을 떠났지만 심씨는 여전히 고급승용차를 굴리는 ‘부자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심씨는 지난해 3월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친구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훔쳐 백화점 명품관에서 210만원의 몽블랑 시계와 120만원의 페라가모 정장 등 10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경찰에 붙들린 심씨는 다행히 친구 어머니가 합의해줘 구속은 면했다.
그러나 집에서 받는 용돈만으로는 ‘잘 나가는 대학생’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지난해 6월에는 강남에서 사는 여자친구 신모씨(26) 집에 놀러 갔다 50돈짜리 금목걸이와 3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훔쳤다. 이번에도 옛 정을 생각한 여자친구가 ‘합의’해줘 풀려났다.
그러나 ‘착하게 살자’는 결심은 1년을 넘지 못했다. 심씨는 10일 밤늦게 서초구 반포동의 한 치과병원 문을 뜯고 들어가 현금 900만원과 노트북을 훔쳤다. 심씨는 이 돈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으며, 운전면허도 없이 최고급 사양의 3000cc급 렉서스자동차를 렌트해 3일 동안 서울 밤거리를 질주하기도 했다.
또다시 경찰에 붙잡힌 심씨는 “내 처신이 정말 부끄럽다”고 뒤늦게 후회했지만 심씨의 부모는 더 이상 철없는 아들을 위해 ‘선처’를 호소하지 않았다. 서초경찰서는 이날 심씨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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