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도 운동장 좀 씁시다"

  • 입력 2003년 4월 24일 13시 54분


"학교 운동장은 남학생들만 사용해야 하나요"

최근 전북도내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빼앗긴 운동장 사용권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남학생들이 축구를 하면서 운동장을 독차지 하는 바람에 전교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학생들은 한쪽 구석으로 밀려 줄넘기를 하거나 얘기나 나누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여학생들의 하소연.

전주 양지초등학교 회장 서민형양(12)은 "학교 운동장이 남학생들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우리도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 학교 남녀 학생들은 최근 어린이 회의를 열어 논란을 벌인 끝에 매일 점심시간(낮 12시30분∼1시30분)을 남녀 학생들이 요일별로 나눠 운동장을 사용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전주 인후초등학교는 최근 여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25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운동장 활용문제에 대한 사이버 설문조사를 했다.

학년별로 매일 돌아가면서 사용하자는 방안에서부터 5, 6학년은 월∼수요일, 3, 4학년은 목,금요일에 이용하자는 방안, 운동장을 모두 차지하는 축구 금지 등 여러 방안을 놓고 실시한 조사에서 37.9%의 어린이들이 축구장 사용을 제한하자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전주 북초등학교는 이런 여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최근 발 빠르게 운동장 재구성 작업을 벌였다. 운동장 대부분을 차지하던 축구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배드민턴장, 농구장, 배구장 등 남녀 학생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을 설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여학생들의 학생회장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여학생들이 권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도 적지 않은 관계가 있다. 전주시내 초등학교의 경우 올해 전체 58개교 가운데 31개 학교에서 여학생이 어린이 회장으로 뽑혔다.

전주 북초등학교 이재봉(52)교감은 "도시지역 학교의 대부분은 체육 활동 공간이 부족해 운동장 활용을 놓고 앞으로 학생들간, 특히 남녀간에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과거 축구장만 있던 것에서 탈피, 공간을 재배치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여학생은 물론 주민들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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