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골프는 짝사랑?’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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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게 골프는 남몰래 해야 하는 ‘짝사랑’인가 봅니다.”

역대 정권에 이어 참여정부도 공무원의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자 A부처 B국장이 털어놓은 푸념이다. 당초 골프를 취미로 삼은 공무원들은 새 정부에 은근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부부가 함께 골프 연습장을 찾은 데다 “정부 부처가 법인 회원권을 구입해 공무원들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 전 공무원에게 골프 자제령이 내려지면서 ‘골프 자제’ 분위기는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이 “재임 기간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골프 금지령’이 굳어지고 있는 상태.

공무원들은 “골프에 관한 한 10년 전 문민정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대통령의 말이 결국 립 서비스에 그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문민정부 시절은 골프의 암흑기였다.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 공직기강실 등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당시 일부 차관급 공무원과 지방경찰청장이 골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를 당하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자연재해가 일어난 때나 공직 기강 점검기간에 총리실을 통해 골프 자제령이 내려졌을 뿐이다.

C부처의 D국장은 “골프를 규제하면 오히려 접대가 더 은밀하고 과도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며 “문민정부 시절처럼 공무원들이 다른 사람의 이름과 차를 빌려 골프장에 가는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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