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철 관광버스 안전불감증 비상

  • 입력 2003년 4월 11일 19시 15분


코멘트
수학여행 학생을 태운 관광버스들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은 채 ‘꼬리물기’식 운행을 벌이고 있는 데다 각종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아 대형사고를 빚고 있다.

11일 오전 11시반경 경기 가평군 외서면 원대성리 46번 국도 원대성리 정류장 앞에서 가평에서 춘천으로 향하던 관광버스(운전사 박재수·59)가 앞서 가던 관광버스(운전사 박희영·56)를 들이받았다. 이 관광버스들은 남인천여중 3학년 학생들을 태우고 강원도 강촌으로 체험학습을 가던 길이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윤나래양(15) 등 학생 54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3개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버스정류장에서 시외버스가 멈춰 서자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뒤따르던 관광버스들이 급정거하면서 추돌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중이다.

이에 앞서 9일 오후 2시35분경 인천 청천초등학교 6학년 123명을 태운 관광버스 4대가 경북 칠곡군 왜관읍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연쇄 추돌하는 바람에 김아름양(13·인천 부평구 청천동) 등 학생 2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학생들은 이날 아침 인천 부평을 출발해 경북 경주시로 수학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이날 사고는 도로 공사로 교통이 정체되면서 앞차들이 정차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 맨 뒤편 관광버스가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빚어졌다. 이 충격으로 버스 3대가 잇따라 추돌했으며 맨 앞쪽 관광버스는 서있던 승용차 2대를 들이받는 등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경북지방경찰청 고속순찰대는 “학생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앞차와 ‘꼬리 물기’식으로 운전하는 악습이 여전하다”며 “만일 직선도로가 아닌 내리막 곡선도로였다면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관광버스들은 불과 수m의 차간거리를 두고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학여행 관광버스가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는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도록 되어있지만 이 학교의 경우 경찰에 호송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2000년 강원 추풍령에서 수학여행 관광버스가 추돌, 학생 18명이 숨지고 97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자 수학여행용 버스가 경찰 에스코트를 받도록 지시했었다. 한편 올 들어 4월 현재 경부고속도로 추풍령∼경주 구간에서만 관광버스에 의한 추돌사고가 10여건 발생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가평=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