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노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 사건의 진상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최근까지 두 사람을 철저히 싸고돈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 사건이 ‘의혹투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선 당시와 최근 발언간의 괴리=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7일 “이 사건의 진상을 언제 파악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당히 오래 됐다. 대선 기간에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이를 제기했을 때 어느 정도 진상은 파악돼 있었다”고 말했다.
안 부소장도 ‘2억원 수수 사실’을 시인한 6일 이후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에야 이에 대해 알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최소한 취임 전에는 안 부소장의 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일이 사법처리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당사자인 안 부소장과 염 위원은 물론 노 대통령측과 민주당은 이 사건을 철저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선대위 소식지 ‘노무현 브리핑’은 지난해 12월14일자 1면 톱 소식으로 “이번 사건은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사전에 짜고 벌인 정치공작”이라며 “허위날조의 정치공작 진상을 밝히고 민형사상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대선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여권이 보였던 태도는 최소한의 도의도 저버린 것”이라며 “‘새 정치를 하겠다’던 노무현 정권의 도덕적 수준이 이 정도냐”고 비판했다.
▽의혹만 불러온 안 부소장 해명=안 부소장은 8일 자신이 받은 돈 2억원이 노 대통령의 다른 핵심 측근에게 전달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작문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그동안 해명은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자신의 생수 판매 회사에 대한 투자 명목으로 받은 2억원이 왜 현금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안 부소장은 6일 한 인터뷰에서 “생수통 공급 회사가 현금 결제가 아니면 물건을 대주지 않는 상황이어서 내가 현금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가 7일엔 “투자 받은 입장이어서 현찰이든 수표든 은행을 통해 주든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수수 장소도 안 부소장은 서울 강남의 노보텔호텔 1층 로비 라운지라고 말했지만 그에게 돈을 전달한 최모씨는 검찰에서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안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을 실어줬다”고 진술했다.
안 부소장은 6, 7일 “생수 판매회사는 전적으로 내 판단에 따라 설립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아무 관련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월 다른 인터뷰에선 “(노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사무국장으로서 재정사업의 일환으로 생수 판매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나라종금 사건에 대한 여권과 당사자들의 엇갈린 주장들 | ||
◇거액 수수 사실 인지 또는 인정 여부 | ||
-염동연씨 “나는 나라종금 사람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2002.12.13) -안희정씨 “문제의 최모씨를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2002.12.13) -‘노무현브리핑’(선대위 소식지) “대선이 끝나는 대로 허위날조의 정치공작 진상을 낱낱이 밝힐 것이다.”(2002.12.14) -민주당 논평 “한나라당이 펴고 있는 무차별 비방 폭로전에 불과하다.”(2002.12.15) | ⇔ | -염동연씨 “여행경비 명목으로 5000만원 받은 것은 사실이다.”(2003.4.6) -안희정씨 “투자용으로 현금 2억원 받은 것은 사실이다.”(2003.4.6) -안희정씨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이 사실을 알았다.”(2003.4.7)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 “대선 기간 때 어느 정도 진상이 파악돼 있었다.”(2003.4.7) |
-안희정씨 “99년에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서 재정 사업의 일환으로 ㈜오아시스워터라는 생수 판매 회사를 차렸다.”(2003.1.13)*노 대통령이 연구소 설립자 | ⇔ | -안희정씨 “노 대통령과 생수판매회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2003.4.7) |
-안씨 “최모씨로부터 서울 강남의 노보텔호텔 1층 로비라운지에서 받았다.” | ⇔ | -최모씨 “노보텔 지하주차장에서 안씨 승용차 트렁크에 돈을 실어줬다.” |
-안씨 “생수통과 받침대를 공급하던 회사가 현금결제가 아니면 물건을 대주지 않는 상황이어서 내가 (투자금을) 현금으로 요구했다.”(2003.4.6) | ⇔ | -안씨 “투자 받는 입장에서 현찰로 주든 수표로 주든 은행을 통해 주든 따져 물을 처지가 아니었다.”(2003.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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