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교장은 이 다이어리에 진모 교사(28·여)의 ‘차 시중’ 논란과 관련된 전교조 관계자들의 극렬한 공격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해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가로 18㎝, 세로 25㎝의 이 다이어리에는 3월 21일부터 자살(4일) 직전까지의 주요 상황이 꼼꼼히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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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3.21 오전 10시경. 전교조 예산지회장 래교. 진 교사에 대해 질문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22일 오전 11시30분경.전교조 충남지부장과 사무처장 ○○○, 초등위원장 ○○○로부터 전화.’
“묻는 말에 똑바라 답하라. 허위로 밝혀질 때는 용서하지 않겠다. 그런 말은 법정에 가서 하라…우리가 곧 갈 것이다.”
서 교장은 이 같은 전교조 간부의 발언을 ‘공갈 협박’이라고 썼다.
‘26일 오후 3시경.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실에서 ○○○장학사, 보성교장(본인), 진 교사, 전 교조 사무처장 ○○○이 만남.’
서 교장은 이때 전교조 사무처장으로부터 원상복귀와 함께 “사과문을 써라, 교장 교감 연서명으로”라는 말을 들었다고 메모했다. 이후 서 교장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사태 수습에 나선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27일 진 교사에게 전화로 복직의사를 물었고, 28일에는 직접 진 교사를 찾아가 복직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왔다’고 썼다.
서 교장은 29일 ‘진 교사의 (재임용)임명장을 우편으로 발송’했고 30일자 메모에는 ‘진○○선생님과 통화. 출근하겠다고 함’이라며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했다. 4월1일 진 교사는 서 교장과 면담한 뒤 3학년 학급을 맡았다.
31일자 메모에는 ‘오후 2시경 교무실에서 전교조 최모 여교사가 교감의 책상을 치며 대들고 있음. 교감을 고충처리위원회에 고발하겠다.(협박)’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서 교장의 메모는 ‘4월. 지방지에 나옴(기사)’이라는 내용으로 끝났다. 유일하게 날짜가 적히지 않아 망연자실한 심리를 엿볼 수 있게한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진 교사의 복직이 확정된 뒤인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이 다이어리는 서 교장이 목숨을 끊은 4일 오후 10시반경 보성초등학교 교장실 옷장에서 서 교장의 동생인 서승직씨(인하대 건축학부 교수)가 발견했다. 발견 당시 진 교사와 관련해 적어놓은 4쪽의 메모에는 빨간 띠지가 붙어 있어 서 교장이 고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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