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확산 가운데 국내서도 '괴질 공포'

  • 입력 2003년 4월 2일 00시 07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불리는 괴질이 여객기 탑승객 등을 통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괴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병원마다 괴질이 아닌가 의심해 찾는 감기 환자들로 북적이고 해외 여행객이 급감해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일 현재 괴질 감염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22개국에서 모두 1910명이고 사망자는 63명. 발생지역도 아시아 유럽 호주에 이어 북미 및 중남미로까지 확대됐다.

▽전 세계 초긴장=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국무부의 지시에 따라 불요불급한 중국 공무여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중국에 있는 자국 공관원들의 미국 출장도 금지했다.

14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지역 회의인 중국 비즈니스 정상회의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4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한편 홍콩 프린스오브웨일스 병원은 괴질을 앓다가 회복한 환자로부터 추출한 혈청을 이용해 괴질 치료에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항공 여행의 보편화로 비행기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괴질의 특징”이라고 우려했다.

▽한산한 공항, 북적이는 병원=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는 괴질 공포로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자녀 3명과 함께 고국을 찾은 한 교포는 “비행기 안에서도 승객들이 몇 시간 동안 단 한차례도 화장실에 가지 않는 등 매우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검역소 직원들은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의 징후를 보이는 승객 가운데 체온이 38.5도가 넘으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괴질이 확산되면서 중국 지역의 경우 탑승률이 최고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주말부터 중국 일부 노선에 대한 운항 중단이나 감편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에 괴질로 의심되는 환자가 응급실로 옮겨왔다. 의료진은 만약 괴질로 판명 날 경우 다른 환자에게 전염될 것을 우려해 구급차 안에서 진료를 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단순 감기인 것으로 밝혀져 10분 만에 약을 받고 돌아갔다.

서울대병원에도 최근 1주일 동안 3명의 괴질 의심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왔으나 모두 괴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말 인천의 한 병원에서는 중국 여행을 다녀온 한 환자가 고열에다 급성편도선염 증세를 보여 국립보건원 조사까지 받았으나 괴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입국자에 대한 전화추적 실시=국립보건원은 이날 전문가회의와 시도 방역 관계자 및 검역소장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보건원은 괴질 환자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격리병원을 지정,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각 지역 보건소는 이와 함께 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고 돌아온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입국 후 5일째와 10일째 괴질과 유사 증세를 보이는지를 전화로 확인하기로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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