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스마일 먼데이/점자책 만드는 여고생 천사

  • 입력 2003년 3월 30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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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양(17·인천 문일여고 3년)은 시각장애인들 사이에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불린다.

조양의 묵묵한 봉사활동으로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지식을 얻고 마음의 양식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조양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5년째 점자(點字)책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양이 점자책 만들기 봉사활동에 처음 참여한 것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방학 과제였던 ‘20시간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남구 학익동에 있는 인천 시각장애인복지회관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시각장애인복지회관의 문에는 종이 달려 있지만 한 장애인이 문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 때 장애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인천 시각장애인복지회관에서 점자 도서로 보급할 계획인 일반 책을 집에 가져와 워드 작업을 했다. 한 권당 500∼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작업을 통해 입력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점자책은 무려 15권. 대학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지금도 의뢰를 받으면 매일 오후 11시경 집에 온 뒤부터 1시간 이상 컴퓨터와 씨름한다.

그는 동화 소설 성경 등에 이어 최근에는 시각 장애 청소년들을 위해 영어 점자교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많은 시간이 걸리고 오탈자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봉사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다.

“어느 날 번역자 ‘조 은아’라고 쓰여진 점자책을 보고 ‘이것이 진짜 봉사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내년 대학에 가면 좀 더 시간을 낼 계획입니다.”

조양도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통사고로 머리 목 허리 등을 심하게 다쳐 한 달 간 입원했다.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매주 한 번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로 몸이 성하지 못 하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목과 허리가 아파요. 그러나 시력을 잃고도 독서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시각장애인을 생각하면 작업을 멈출 수가 없어요.”

조양의 어머니 이영순씨(43)도 딸의 이런 모습에 감동을 받아 지난해부터 시각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인천 시각장애인복지회관 이경언 사회복지사는 “조양의 봉사활동 덕분에 많은 시각장애인이 삶의 용기와 희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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