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자유공원-문화의 거리 '컬러 아스콘' 포장 논쟁

  • 입력 2003년 3월 26일 19시 39분


코멘트
인천 중구 송학동과 관동, 북성동 경계지역에 조성된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도로는 초록색의 ‘컬러 아스콘’으로 포장돼 있다.

매일 오전 6시 자유공원에서 에어로빅 강습을 받는 한정자씨(64·여)는 이 도로가 파손된 모습을 1년여 동안 지켜보고 있다. 자유공원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그는 시청 구청 동사무소 등을 여러 차례 찾아 보수를 요구하고 구의원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시청과 구청이 책임을 미루며 1년 넘게 주민 요구를 무시하고 있어요. 전자제품도 애프터서비스가 되는데 마구 파헤친 도로를 이렇게 방치해도 됩니까. 세금 낸 게 너무 아까워요.”

자유공원 주변 1.5㎞ 구간에 포장된 초록색 도로는 이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중구정신보건센터 앞 도로 50m는 심하게 갈라지고 구멍이 생겨 차량들이 속도를 크게 줄인 채 통과하고 있다.

반대편 지점인 한국회관예식장과 인천기상대 앞길도 누더기처럼 곳곳이 손상돼 있다.

지난해 5월 붉은색 아스콘을 깐 신포동 문화의 거리 275m 구간도 자유공원과 비슷하게 파손돼 있다.

인천시는 2001년 6월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들 지역에 명물 도로를 만들려고 했으나 결국 흉물스런 도로가 된 것이다.

시가 2001년 10월 자유공원에 초록색 아스콘을 포장한 직후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났지만 중구는 이듬해 5월 문화의 거리에 같은 재질로 도로를 포장했다.

이 도로에는 색깔을 내는 안료를 배합해 만든 Y기업의 특수 아스콘이 쓰였다. 이 아스콘은 t당 15만5000원으로 기존 아스팔트(3만6000원)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이 아스콘은 보행자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차량이 많이 다니는 길에 시공한 사례는 인천 중구 지역이 처음이다.

중구 관계자는 “이 아스콘으로 공사하는 것에 대해 내부 반대도 많았다”며 “아스콘에 색깔 입자가 들어가면서 응집력이 떨어져 도로가 쉽게 부서지는 결함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중구는 하자 보수를 요구했지만 아스콘 공급업체와 시공업체 간의 책임 논란으로 아직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화의 거리는 이르면 이번 주에 재시공될 예정이고 자유공원 주변지역도 곧 보수공사 일정이 확정될 전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교통량이 많고 경사진 곳에 색깔 아스콘을 포장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일단 재료 공급업체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재시공해 부실 여부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