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KAL 괌사고 유족 김의영씨 서울대에 6억 기증

  • 입력 2003년 3월 26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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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김의영(金義英·67·경기 용인시 성복동·사진)씨는 서울대에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6억원을 기증했다. 김씨가 거액의 장학기금을 내놓은 까닭은 젊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 외아들 도연(度演)씨를 기리기 위해서다.

도연씨는 서울대 법대 대학원생이던 97년 8월, 26세의 나이로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함께 미얀마 양곤 역사유적 탐방을 다녀온 직후 도연씨가 친한 친구들과 휴가 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도연씨는 서울대 법대(88학번)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다시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하고 있던 중이었다. 초등학교 때 산업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에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외국인 학교를 다녔고, 타고난 외국어 능력으로 영어, 독일어, 일본어, 불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던 인재.

그는 ‘서울국제법연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국제법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일본에서 공부한 경험을 살려 ‘한일합병’과 ‘위안부 문제’등 한일관계의 국제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외아들을 잃었던 김씨는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우선 사재 1000만원과 도연씨가 소유하고 있던 장서 수천권을 법대에 기증했다.

대한항공측과 위로금에 합의하지 못한 채 다른 유족들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김씨는 지난해 2월 미 정부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았다. 김씨는 이를 바탕으로 6억원을 서울대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서울대는 김씨의 뜻을 받아들여 ‘김도연 장학기금’을 이번 학기부터 법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중 형편이 어려운 12명에게 지급키로 했다. 또 정운찬(鄭雲燦) 총장은 25일 김씨를 초청해 위로하고 감사패를 전달했다.

은행지점장을 지내고 은퇴한 김씨는 “아들이 죽어서 받은 배상금은 제 돈이 아닙니다. 아들이 공부했던 곳에 아들과 같은 꿈을 지닌 학생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들의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도연씨의 지도교수였던 서울대 대학원장 백충현(白忠鉉) 교수는 “김군은 학생임에도 교수보다 책 욕심이 많았고 성품도 훌륭했다. 괌 추락사고만 없었으면 함께 일본으로 연구하러갈 계획도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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