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개발이익보다 고향 지키겠다" 그린벨트 보존

  • 입력 2003년 3월 16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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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을 그린벨트에서 풀지 마세요.”

광주시에 인접한 전남 담양군 고서면 용대마을 주민들은 최근 담양군에 2만8000㎡에 달하는 마을 일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이 그린벨트에 남아 있기를 희망하는 것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전국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현실과 비교할 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8가구 78명이 사는 용대마을은 지난해 ‘집단취락 20호 이상 마을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그린벨트로 묶인 지 30년 만에 해제 대상 마을에 포함됐다.

광주댐 아래에 위치한 이 마을은 광주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로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주민들은 땅값 상승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개발 프리미엄’ 대신 ‘고향’을 선택했다. 주민들은 이미 마을 내 일부 땅을 외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상황에서 그린벨트가 해제될 경우 마을이 와해될 것이 뻔하다는 입장이다.

또 땅 값이 오르면 새로운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기존에 살던 주민들 마저 논밭과 집을 팔고 도시로 떠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마을의 땅 값은 지난해 평당 30만∼40만원 하던 것이 올 초부터는 40만∼50만원으로 올랐고 주택도 이미 8가구가 외지인의 손에 넘어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해 수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마을 일대를 그린벨트로 묶어 두기로 결정했다.

담양군은 주민들의 결정을 존중해 4억원을 들여 마을 숙원사업인 상하수도 시설을 해주고 마을의 길도 포장하고 있다. 내년에는 1억원의 예산을 들여 마을회관을 새로 지어주기로 했다.

박판주(朴判柱·55) 이장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마구잡이로 개발돼 황폐화하는 것을 앉아서만 볼 수 없다는 주민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주변에서 ‘이상한 마을’로 여길지 모르지만 주민 모두는 그린벨트를 풀지 않은 게 여전히 잘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담양=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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