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몸 불편해도 공부는 자신있어요"

  • 입력 2003년 3월 10일 2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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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어 힘이 납니다.”

경북 경산시 대구대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 서주현(徐周鉉·28·인천시 산곡동)씨. 지체장애 1급으로 몸이 매우 불편하지만 올 봄 신학기는 휠체어에 타고 강의실을 찾아다니는 게 더 신난다.

“방학 때 인천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었지만 빨리 학교에 오고 싶었어요. 학교 바깥은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너무 불편합니다. 올해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죠. 겉만 보고 무시해버리는 현실이 제발 바뀌었으면 하고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서씨는 10세 때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지체장애가 됐다. 검정고시를 통해 어렵게 고교과정을 마치고 미술공부를 하고 싶어 98년 충북의 S대학에 원서를 냈지만 ‘퇴짜’를 맞았다. ‘그런 몸으로 무슨 대학공부를 하느냐’는 것.

2001년 ‘장애학생의 천국’으로 불리는 대구대에 진학한 그는 실기시험을 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S대학을 고소하고 2년 동안 법정에서 싸웠다. 지난해 여름 인천지방법원은 서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서씨는 이 학교로부터 정신적 피해보상금으로 500만원을 받아냈다.

“이 판례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학을 거부할 수 없다는 데 의미가 있긴 하지만 설령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혼자 공부를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해요. 모든 게 불편할 겁니다. 얼마나 많은 지체장애 학생들이 이같은 현실 앞에서 좌절할까요.”

서씨가 지난 2년동안 받은 학과성적은 4.5만점에 평균 3.8 정도로 매우 우수한 편.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전공실습 과목은 대부분 A 학점. 학과동료 45명 가운데 유일한 지체장애 학생이지만 공부에서는 뒤질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이 학과 김영호(金永浩) 교수는 “주현이는 신체장애가 공부하는데 전혀 문제가 안되는 아주 우수한 학생”이라며 “디자인 분야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부터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학교 다니다 장애가 생기면 그 순간 학교를 그만두거나 특수학교로 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거든요.”

서씨는 장애학생 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윤덕홍(尹德弘) 총장이 교육부총리로 임명돼 대학의 장애학생 복지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보였다.

전국 장애대학생의 40% 가량인 307명이 재학 중인 대구대는 2000년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해 장애학생의 이동권 학습권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장애학생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95년부터 지난해까지 16억원을 지급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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