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직전 사진 생사불명1명…그도 살아있었다

  • 입력 2003년 3월 3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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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으로 진입한 1080호 전동차 1호 객차 내에서 학원강사 류호정씨가 찍은 현장사진(왼쪽). 사진 속 식별이 가능한 승객 6명 중 유일하게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점선 원 안의 안상선씨(54.오른쪽 사진)도 생존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권효기자
화재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으로 진입한 1080호 전동차 1호 객차 내에서 학원강사 류호정씨가 찍은 현장사진(왼쪽). 사진 속 식별이 가능한 승객 6명 중 유일하게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점선 원 안의 안상선씨(54.오른쪽 사진)도 생존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권효기자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직전 한 승객이 객차 안의 모습을 찍은 사진 속 승객 6명 중 생사가 알려지지 않았던 ‘마지막 1인’이 극적으로 전동차를 탈출,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본보 취재팀에 의해 2일 확인됐다.

유독가스로 기도를 다쳐 파티마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안상선(安相宣·54·대구 동구 신암4동)씨가 주인공. 회사원인 그는 출근길 1080호 전동차 1호 객차에 타고 있다 연기가 스며들자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탈출 당시 목을 다친 안씨는 “뭐가 번쩍 하기에 쳐다보니까 누군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며 “내가 살아 있는 것을 사람들이 모른 건 가장 뒤늦게 전동차에서 탈출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안씨에 따르면 1080호 전동차는 중앙로역에 도착하자마자 문이 열렸으나 2, 3초 만에 다시 닫혔다. 5분 뒤에도 또다시 문이 열렸다 닫혔다.

“두번째로 문이 열렸을 때 유독가스가 많이 들어왔어요. 전동차 문이 금방 닫히더군요. 그때 안내방송으로 5분 뒤에 출발한다는 소리가 들렸어요.”

안씨는 유독가스가 급속하게 스며들자 양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고, 사진에 찍힌 것은 이 순간. 안씨는 다급해진 나머지 “사람 다 죽이겠다, 빨리 문 열어라” 하고 여러 차례 고함을 쳤다. 잠시 뒤 전동차와 역 전체의 전등이 모두 꺼지면서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면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온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나간 뒤 뒤따라 나왔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안씨는 당시 1호 객차에 8, 9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승강장이 있는 지하 3층에서 바닥을 기어 2층까지 올라가다 방향을 잃고 계단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겨우겨우 밖으로 나와보니 반월당역 방향 출구였어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깨어보니 적십자병원 응급실이더군요.”

신원이 확인되고 집과 가까운 파티마병원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사진 속 5명(영남대 의료원 입원)과 떨어졌다. 안씨는 “사진을 찍은 류호정씨와 사진 속의 인물들 모두 내가 퇴원하는 대로 한번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鐵 사망 197명…부상1명 숨져▼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의 수습과 복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 차원의 사고 수습을 위해 2일 대구에 도착한 김중량(金重養·58) 중앙특별지원단 단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유가족과 부상자,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보상문제 등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지원단은 행정자치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5개 부처 국·과장 등 13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번 참사와 관련해 실체적 진실 규명, 사망자 및 부상자 보상, 실종자 처리, 인정사망 심사위 구성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이날 오후 대구 중앙로역 일대에서는 시민단체 회원 유가족 등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하철 참사 희생자 2차 추모 시민대회’가 열렸다.

2일 현재 이번 참사의 사망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강명화씨(55·여)가 1일 오전 숨짐에 따라 모두 197명(부상 14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병원에 입원한 부상자 중 3명은 부상이 심각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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