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스마일먼데이]부평 어린이도서관 연 신복수씨

  • 입력 2003년 2월 23일 22시 12분


21일 오후 인천 부평구 청천동 묏골공원 옆의 어린이 전문도서관 ‘맑은 샘’. 10여명의 어린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희수씨(39·여)는 “아이들은 방바닥에 누워서 책을 보는 등 자유스럽게 행동하지만 남에게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발꿈치를 들고 걷거나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 등 조심한다”고 말했다.

가정집을 도서관으로 개조해 무료로 운영중인 이 곳은 자연 친화적인 마감재로 꾸며졌다. 천연 염료로 덧칠한 문과 벽, 나무 바닥, 수작업으로 만든 탁상과 은은한 천연색의 차양막, 황토빛 외벽….

인천 부평지역에서 어린이 전문서점을 7년 간 운영하기도 했던 신복수씨(45·여)는 이처럼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 도서관을 꾸몄다.

‘맑은 샘’은 사설 어린이전문도서관으로는 인천에서 처음 문을 연 곳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 권장하는 창작동화 등 2000여권의 단행본을 구비해놓았으며, 수시로 책을 기증받고 있다.

1층 거실에는 DVD, 컴퓨터 등 구연동화와 영화상영도 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신씨는 특별히 많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계속 사재를 털어 넣고 있다.

6일 문을 연 이래 이 곳은 거의 매일 50∼60명의 어린이가 찾는 등 부평구의 달동네로 통하는 묏골공원 일대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신씨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지만 문을 열기도 전에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일요일에도 찾아오곤 한다”며 “꼬마들의 독서 열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신씨를 포함한 도서관 운영위원 6명은 문화체험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기로 했다. 3월 초 지하 8평에 가스가마를 설치한 뒤 도자기 공방교실을 연다. 천연염색 만들기와 좋은 영화보기, 구연동화교실 등도 매주 한 두 차례씩 마련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유아 때에는 동화책을 가까이 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원 등 사교육에 내몰리고 게임과 컴퓨터하고만 친하게 지내게 되지요. 이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1970년대 말 원풍산업 노조설립 사건을 시작으로 80년대 서울 구로공단 등에서 노동운동에 열심히 관여했던 신씨의 요즘 관심사는 ‘건강’이다.

그가 이러한 도서관을 만든 것도 일종의 정신 건강운동의 일환이다. 그는 또 신체건강을 위해 유기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인천 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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