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씨 인사보좌관 내정에 술렁…공직사회 ‘공습경보’

  • 입력 2003년 2월 7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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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몰려온다.’ 정찬용(鄭燦龍) 광주 YMCA 사무총장이 6일 대통령인사보좌관에 내정되자 공직사회가 이를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공직진출에 대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정 인사보좌관 내정자가 정무직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인사와 관련해 인재풀 관리와 추천 및 전반적인 인사 시스템 개혁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부의 고위직에도 대거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은 지난달 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중앙인사위를 방문해 “공공, 민간, 학계, 정계를 포함해 서로 간 벽을 허물고 원활한 교류가 이뤄져 여러 시각이 국정에 두루 반영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함에 따라 이미 민간인들의 공직사회 유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

공직사회는 노 당선자가 “시민사회단체 활동은 이 사회를 이끄는 중핵적 힘”이라고 강조하고, 인선기준의 하나로 ‘개혁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노 당선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비정부기구(NGO) 출신 인사를 대거 기용하고, 정 인사보좌관 내정자에 앞서 대통령 국민참여수석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중앙위원을 지낸 박주현(朴珠賢) 변호사를 내정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대통령직인수위가 그동안 행정고시로만 선발해 온 5급 공무원 채용시 박사학위 소지자를 특별 채용하고 인턴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나, 3급 이상 공직에 민간인의 진출을 늘리기 위해 시행중인 ‘개방형 임용제도’를 과장급까지 대폭 확대하고 응모 요건을 완화키로 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공직사회는 보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 등 민간인이 대거 유입될 분야로는 민간 쪽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경제, 통상분야와 사회, 문화, 여성, 보건, 복지분야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한 국장은 “시민단체 간부를 대통령인사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을 보니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공직 사회 유입 규모와 범위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클 것 같다”며 “앞으로 공직사회에 몰고 올 충격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공직 진출에 대해 공무원 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긴장하는 분위기 속에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국장은 “현실과 이상이 엄연히 다른데 공직에 들어온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이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공직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에 가입하라는 농담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장은 “박사학위 등을 받은 민간 전문가들이 들어온다면 경직된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김석준(金錫俊) 교수도 “공무원에 비해 자질이 떨어지지 않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들어온다면 시민사회의 도덕성, 참신성, 개혁성을 공직사회에 흡수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그러나 이들의 진출은 행정조직의 개혁이나 국가 및 시민사회의 상호협력이 필요한 분야 등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40여개 시민단체 토론회 ‘사회포럼 2003’▼

시민사회단체가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포함해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400여명은 7일 충남 천안시 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한국사회포럼 2003’을 열고 ‘연대와 전진’을 주제로 시민단체의 향후 위상과 활동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정대화(鄭大和) 상지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노무현 정부는 시민사회의 지지를 극대화하고자 할 것이고 이는 시민운동단체의 지지를 얻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며 “시민운동이 정부와 ‘인위적인 거리 두기’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것보다는 감시와 견제, 협력과 비판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시민사회운동은 제도적 틀 내에 흡수 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제도정치개혁을 넘어서는 급진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등장은) 정치권력이 중도자유주의세력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이 연대해 새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포럼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6월사랑방’, 민변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토론 모임으로 지난해에는 ‘연대와 성찰’이라는 주제로 사회운동 전반의 발전방향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이번 토론회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계속된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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