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2 새학기 반편성 비상, 선택과목 80개…교실은 15개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26분


올해 고교 2년에 진학하는 학생들부터 선택과목수업이 대폭 확대되면서 일선고교가 신학기 반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이 첫 적용되면서 선택과목이 크게 늘어났지만 이를 수용할 교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비인기 과목의 교사들은 ‘할일’이 없어질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제도의 허점을 틈타 사실상 ‘우열반’을 편성하는 등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일반계 고교의 이수단위
(자료:교육인적자원부)
구분이수단위
국민공통기본교과(1학년)56
일반선택+심화선택(2, 3학년)136
재량활동12
특별활동12
총계216

▽반편성 파행실태=최근 2학년의 반편성 가안(假案) 작업을 마친 서울 강남의 A고교는 사실상의 ‘서울대반’을 만들었다. 총 15개 학급을 ‘국어 사회 중심반’ 9개, ‘수학 과학 중심반’ 4개, ‘예체능 중심반’ ‘국영수 중심반’ 각각 1개로 편성키로 한 것.

이는 서울대가 수능시험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성적을 모두 반영하고 학생부에도 이들 교과목의 이수를 요구할 방침인 점을 감안하면 국영수 심화 선택과목을 택한 학생들은 자연히 ‘서울대 진학 대비반’이라는 지적이다.

이 학교는 또 남아도는 교사들이 생길 것을 우려해 ‘수학 과학 중심반’에 윤리과목을 필수선택으로 넣는 등 비인기과목을 ‘끼워 팔기’하고 있다.

수용자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는 7차 교육과정은 고교 1학년 때 공통과목을 배우고 2, 3학년 때에는 선택과목을 통한 수준학습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공통과목으로 국어 도덕 등 10과목, 선택과목으로 화법 미분과 적분등 최다 80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고교 총 이수단위 중 선택과목은 3분의 2로 지정되어 있다.

▽피해자는 학생=서울 강북 B고교는 선택과목별로 반을 나눈 결과 많게는 40명, 적게는 28명이 한 반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의 불균형으로 이동수업을 할 때 학생들은 자신의 책걸상을 들고 반을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형편.

서울 강남 C고교는 영어와 제2외국어를 중심으로 반편성을 한 뒤 이동식 수업을 절충했다. 결국 ‘영어독해-독일어’반에는 상위 10% 이내 학생들이 모여 최우수반이 됐고, ‘영어회화-일어’반은 열반이 됐다.

한 2학년 담임교사는 “10분의 쉬는 시간이 ‘이동시간’으로 변해 수업시간의 능률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대학생처럼 ‘공강 시간’이 생길지도 모른다. 또 시간마다 출결을 체크하기 힘들어 학생지도에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학생들이 ‘보다 손쉬운 과목’으로만 몰리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박모군(17·서울 K고 2년 진학)은 “‘경제지리’를 배우고 싶었지만 점수를 따기 어려운 비인기 과목으로 알려져 전교에서 10여명만 선택했다. 이 때문에 아예 반이 개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교육과정은 ‘이상주의’?=일선 고교는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추라’는 방침을 내리자 45명 남짓했던 한 반 학생을 35명으로 줄였다. 이 때문에 반이 많아지면서 과학실 시청각실 특별활동실 등까지 일반교실로 바뀌어 ‘전문교과별 교실’ 수급은 전보다 더 열악해진 상황.

영등포여고 김호년 교사는 “20년 전과 시설은 거의 바뀐 게 없다”며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이동수업을 하려면 다목적강의실이나 학생사물함의 확충이 우선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정책과 박제윤(朴濟允) 연구관은 이에 대해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선택과목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며 “시행초기에 과도기적인 혼란이 다소 있겠지만 학교에 많은 재량권을 주었으므로 곧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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