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게輸入 6배로 어민들 파산위기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23분


올 들어 수입산 대게 물량이 급증하면서 국내산 대게 가격이 크게 떨어져 경북 동해안지역 관련 어민들이 출어경비도 못 건지는 등 적자조업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포항의 구룡포 근해자망 선주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협회 소속 어선들의 대게 어획량은 1220t으로 지난해(947t)보다 28.8%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품 마리당 최고 5만∼6만원이던 대게 위판가가 올들어 2만8000∼3만3000원 정도로 하락, 대게 위판고가 지난해 총 121억원에서 올해 총 53억여원으로 56%나 감소했다.

대게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해양수산부 등이 집계한 결과 올 들어 지난달말까지 러시아 등에서 수입된 대게가 8000여t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물량(1376t)보다 6배 정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구룡포 근해자망 선주협회는 대게 가격 하락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올 들어 협회 소속 대게잡이 어선 32척 중 3척이 빚 때문에 압류되거나 팔렸고, 10척은 오징어채낚기로 전업했다고 주장했다. 55t급 대게잡이 어선 1척을 소유한 최정식씨(55)는 “올 들어 3억1000만원의 위판고 수입을 올렸으나 경상비를 제외하면 누적 적자는 4000만원에 이른다”며 “개인 빚이 별로 없어 간신히 버티고 있으나 상당수 선주들이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게잡이 어선은 열흘 정도 출어할 경우 선원 인건비와 기름값, 부식비 등으로 1000만원 정도 소요되나 위판고 수입은 700만∼800만원 선에 불과해 적자조업이 불가피하다는 것.

영덕 등 인근지역 대게잡이 어민들도 이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룡포 근해자망 선주협회측은 최근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수입 대게 판매권을 어민들에게 넘겨 판매수수료를 챙길 수 있도록 해주거나 손실액을 국고 등에서 보상해 달라고 건의했다.

구룡포 근해자망 선주협회 박응출 회장(58)은 “대게가 무분별하게 수입돼 관련 어민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각한 상태”라며 “어민들의 생계 보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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