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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24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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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이 최근 “기간제 교사는 1년 이상 임용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을 잘 따르는 학생들이 “내년에도 볼 수 있느냐”고 묻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K중 도덕교사인 김모씨(24·여)는 방학 때는 학원 영어강사로 ‘변신’한다. 수업시간당 강사료를 받는 강사 신분이어서 방학 때는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일선 학교의 교사 부족 사태를 메우기 위해 기간제 교사와 시간 강사 등으로 임시 채용된 비정규직 교사가 늘면서 교사의 신분 불안은 물론 교육의 질 저하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립 중고교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교사들은 이맘때쯤이면 해고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방학 때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원 수급 실패가 원인〓현 정부는 출범 첫해인 1998년 교원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했지만 교원수급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해 교원 부족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교원부족 사태는 심각해 정년 또는 명예 퇴직했던 교사들을 다시 기간제 교사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기간제 교사는 특히 사립 중고교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립 중고교의 일반 교사 수는 98년 5만4311명에서 2002년 4만2626명으로 21%가 줄어든 반면 기간제 교사와 시간 강사 등 비정규직 교사는 2452명에서 8701명으로 3.5배가 늘었다.
비정규직 교사가 증가하는 것은 사립학교들이 1년 단위로 계약해 이들을 언제든지 내보낼 수 있기 때문. 교사들의 집단화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올해부터 고교에도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기 시작한 영향도 크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선택과목을 학생들이 고를 수 있어 비인기 과목은 교사가 남아도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속출하는 부작용〓일선에서는 일반 교사와 기간제 교사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고 학생들도 기간제 교사들을 무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S고 박모 교사는 “기간제 교사는 책임감이 부족해 근무시간만 지나면 바로 퇴근해 버린다”며 “교과 외 일을 시키면 ‘우리 일이 아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인 서울 D고 이모씨(31)는 “기간제 교사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는 데도 학생들이 신분을 알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허탈해 했다.
또 신분 보장이 안 되는 기간제 교사들은 더 좋은 자리가 나면 금방 떠나기 때문에 학기 중에도 교사가 몇 차례 바뀌는 경우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한모씨는 11일 정규직 교사가 다시 돌아오는 바람에 계약기간이 두 달 이상 남았지만 그만둬야 했다. 정규직 교사가 부임하면 사직한다는 계약 조건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떠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변성호(邊性豪) 사립위원장은 “비정규직 교사는 신분 불안 때문에 학교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소신 있는 교육이 어렵다”며 “교육당국은 사립학교가 인건비 지원액에 맞게 정규 교사를 쓰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교사의 증가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만 사실 뚜렷한 해법이 없다”고 밝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