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로당 1년에 280개씩 늘어…“노인표 겨냥” 선심성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7시 36분


민선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단체장들이 노인 표를 의식해 경로당을 대거 신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3만명에 노인인구 5200여명인 장수군의 경우 경로당이 237개나 돼 노인 22명당 1개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전북도에 따르면 96년 이후 올 11월까지 7년 동안 도내에서 새로 지어진 경로당은 1956개로 95년말 2624개에 비해 74% 급증했다.

전북도내에서만 한달 평균 23개, 연평균 280개의 경로당이 새로 지어진 셈.

경로당 한 곳의 건립비용이 40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도내 14개 시군에서 민선 이후 경로당 짓는데 들어간 예산만도 8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북도내 경로당 수는 93년 2186개 에서 95년 2624개,올 11월말 현재 4580개로 급증하고 있다.

정읍시의 경우 96년 이후에만 새로 300여개의 경로당이 건립돼 현재 464개의 경로당이 운영중이다.

정읍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만800여명 인점을 감안하면 노인 45명당 경로당 1곳이 운영되는 있는 셈이다.

불과 9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순창군 팔덕면의 한 마을은 기존 경로당이 낡았고 남녀 별도의 경로당이 필요하다며 올해 초 기존 경로당 바로 앞에 또 하나의 경로당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경로당이 급증하는 것은 농촌 주민 고령화 추세에 부응하고 노인 복지 확대 등 긍적적인 측면도 있지만 민선 시장 군수들이 노인 표를 의식해 ‘선심용’으로 짓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선 단체장 사이에서는 농촌 지역 노인표를 가장 적은 예산으로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로당 건립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농촌에 홀로 사는 노인들의 경우 경로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는등 단순한 회합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일부 시군의 경우 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대부분의 예산을 경로당 신축에 사용하는 바람에 시급한 시책사업이 미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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