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인숙 불 6명 사망…누전추정 발화

  • 입력 2002년 12월 8일 18시 29분


인천 중부소방서 직원들이 8일 새벽 12명의 사상자가 난 인천 중구 북성동 경향여인숙 화재현장에서 시신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 인천〓차준호기자
인천 중부소방서 직원들이 8일 새벽 12명의 사상자가 난 인천 중구 북성동 경향여인숙 화재현장에서 시신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 인천〓차준호기자
8일 새벽 인천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투숙객 6명이 숨지는 등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발생〓이날 오전 4시45분경 인천 중구 북성동 2가 경향여인숙에서 불이 나 정조명씨(51·조선족) 등 잠자던 투숙객 6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대부분 중구 영종도 등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 노동자들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상자는 정모씨(28) 등 투숙객 3명과 진화작업을 벌이던 중부소방서 소속 우의삼 소방관(39) 등 소방관 3명이다.

불은 38분 만에 진화됐으나 여인숙이 60년 전에 지어진 2층 목조건물이어서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2층에 투숙했던 사람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

2층 건물인 여인숙의 1층에는 방 8개, 2층에 방 7개가 있으며 불이 날 당시 1층 투숙객 8명은 모두 대피해 피해가 없었다.

불을 처음 목격한 1층 투숙객 김순수씨(51)는 “타는 냄새가 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 했으나 복도에 이미 연기가 차 있어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갔다”며 “105호 창문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투숙객과 경찰수사〓투숙객들은 대부분 타 지역에서 온 일용 노동자들로 월 15만∼17만원의 숙박비를 내고 장기 투숙해 왔다. 일부는 숙박비조차 제대로 못 내는 등 어려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인숙은 육모씨(63·여)가 5년 전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건물로 현재 안모씨(58·여)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 40만원을 내고 운영하고 있다.

건물주 육씨는 인천시의 차이나타운 개발계획에 따라 내년에 건물을 새로 짓기로 하고 관할 인천 중구청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경찰수사〓경찰은 투숙객들이 전기용품을 사용했다는 주민들의 말에 따라 전기 누전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주민 양모씨(41)는 “여인숙이 오래돼 보일러를 켜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2층에는 보일러가 설치되지 않아 투숙객 상당수가 전기장판을 사용했다”며 “일부 투숙객은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사망자의 신원 파악을 위해 지문을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 그러나 훼손이 심한 시체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신원을 밝힐 계획이어서 신원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