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대입]재수생 초강세…고3교실 진학지도 비상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16분


“내 점수는 얼마일까…”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2일 서울 풍문여고의 한 고3 수험생이 자신의 수능 성적표를 보며 휴대전화에 탑재된 계산기를 이용해 영역별 점수를 합산해 보고 있다.이종승기자
“내 점수는 얼마일까…”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2일 서울 풍문여고의 한 고3 수험생이 자신의 수능 성적표를 보며 휴대전화에 탑재된 계산기를 이용해 영역별 점수를 합산해 보고 있다.이종승기자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2일 전국의 고3 교실은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 때문인지 침울한 분위기로 휩싸였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담임교사로부터 성적통지표를 받아들고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일부 여학생은 자리에 엎드려 흐느끼기도 했다. 고3 수험생들은 당초 예상대로 재수생들의 성적이 높다는 소식에 더욱 불안해했다.

▽너도나도 “재수하겠다”〓서울 현대고의 한 학생은 “수능성적이 낮게 나와 논술과 심층면접 준비를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며 “재수할 결심을 하고 친구 2명과 이미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서울 대원여고 인문계열의 김모양(18)은 “원점수 355점을 예상했는데 18점이나 하락했다”며 울먹였다. 특히 이 학교의 졸업생 중에는 수능점수 1등급이 20명에 가까운 반면 재학생은 10명이 채 안 돼 큰 대조를 보였다.

수도여고 3년 김모양(18)은 “1등급이 나왔지만 과학탐구 점수가 낮아 목표로 했던 의대는 힘들 것 같다”면서 “1년 더 공부해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부고 3년 주모양(18)은 “가고 싶은 대학을 가지 못할 것 같아 부모님은 재수를 권유하시는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며 “선생님과 상의한 뒤 재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50점가량 올랐다는 재수생 김태규군(19·현대고졸)은 “재수생 성적이 높다고 하지만 재수생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아직은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목고는 강세〓특수목적고인 대원외국어고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상위권은 점수가 올랐다.

이 학교 3학년부장 김창호(金昌浩) 교사는 “20점 단위로 점수를 나눠 학생 수를 분석해 보니 상위권은 지난해보다 1.5배가 늘었다”며 “다른 외고 교사들과 통화해 본 결과 대부분 비슷했다”고 밝혔다.

서울과학고 역시 일반고와는 달리 수능성적 하락에 따른 충격에서 다소 벗어난 듯한 분위기였다. 다만 점수가 변환표준점수로 표기되면서 틀린 문제가 없는데도 과학점수가 6∼7점씩 줄어든 것에 대해 당황하는 학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성균관대 의대를 지원하려는 박모군(18)은 “화학문제를 다 맞혔는데도 만점인 72점이 아닌 66점이 나왔다”며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높다는데 6점이나 낮아져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학지도 더 막막〓교사들은 이날 학생들을 귀가시킨 뒤 긴급회의를 소집, 지원전략 마련에 고심했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험생이 자기 성적의 대체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총점기준 누가성적분포표가 공개되지 않아 역시 해답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외고의 한 교사는 “오늘 점수를 분석한 다음 모레부터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총점분포표가 발표되지 않기 때문에 사설기관의 정보를 많이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의 김창동(金昌東·47) 교사는 “재수생 강세로 의대 합격선이 5점 정도 올라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영역별 가중치 등 전형방식이 복잡해진 만큼 개별 진학지도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광주 숭덕고 진학 담당자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점수분포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진학 지도에 어려움이 많다”며 “학생들에게 대학의 입시요강과 내신점수 등을 꼼꼼히 따져 진로를 결정하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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