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호텔들 때아닌 대선 한파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16분


“순수한 동창회조차 구설수에 휘말릴까봐 호텔에서 하지 않으려 해요.”

대전지역 호텔들이 대통령 선거 영향으로 ‘대선 한파’를 맞고 있다. 비정치적인 동창회가 허용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눈에 띄는 호텔에서 행사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

2일 대전지역 호텔업계에 따르면 특급과 1,2급 호텔 11개가 몰려 있는 대전 유성지역 호텔내 연회장의 예약률은 이날 현재 평균 40%대로 지난해 80%대에 비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각종 모임을 주최하는 측이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공개적 장소를 피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객실 예약도 역시 저조한 편. 지난해 90%에 육박하던 주말 예약률은 2일 현재 60%에 그치고 있다.

A호텔의 경우 지난해 12월 연회장 예약실은 이맘때쯤이면 100%를 기록해 몰려온 예약에 양해를 구할 정도였으나 올해에는 절반가량에 그치고 있다.

전국 단위 공무원 세미나가 주로 개최되는 B호텔도 객실 예약률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30∼40% 포인트 떨어졌다. 연회장도 마찬가지로 듬성듬성 비어있다.

이에 따라 유성에서 가장 규모가 큰 C호텔(특2급)의 경우 올 매출 목표액을 아예 낮춰 잡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이 주관하는 동창회를 금지하고 있으나 지방의 경우 이들이 각종 향우회나 동창회장을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송년모임을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옮겨가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H 향우회 총무 김모씨(49)는 “송년모임을 그냥 넘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목받는 호텔에서 할 수도 없어 조용하고 조그만 식당을 예약해 놓았다”고 말했다.

예약률이 부진하자 일부 호텔은 다양한 할인 상품과 이벤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호텔대전(유성구 도룡동)은 16일 이 호텔 2,3층 연회장에서 가수 ‘인순이 디너쇼’를 개최하기로 했다.

호텔 스파피아(유성구 봉명동)는 월드컵때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투숙했던 점을 감안해 ‘히딩크가 좋아하는 티본 US스테이크’ ‘이천수 안정환이 좋아하는 양갈비와 꽃등심’이라는 상품을 최근 내놓았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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